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안철수재단’(가칭) 이사장에 옛 평민당 부총재를 지낸 박영숙 씨를 영입하고 이사 4명을 발표했다. 재단의 운영자금은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37.1%) 중 절반의 일부를 매각해 마련한다. 4월 총선 직전인 3월 말에 출범할 안철수재단의 실체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안철수재단을 정보기술(IT) 사업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의 단순한 사회공헌으로 보지 않는다. 출연 재산은 어제 종가 기준으로 약 2300억 원이다. 안철수 정치바람을 타고 주가가 1년 새 10배 가까이 급등하는 바람에 규모가 커졌다.
안 원장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은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정치도 그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건이 조성되면 정치 출사표를 낼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지난달 미국 방문길에 오를 때 “열정을 갖고 계속 (정치라는) 어려운 일을 이겨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맥이 닿는다.
올해 들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부 조사에선 안 원장을 추월했다. 잔뜩 고무된 민주통합당 내부에선 “안 원장 영입 없이 해볼 만하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안 원장이 지지율만 믿고 민주당에 들어간다고 해도 결국 흥행의 ‘불쏘시개’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선 후보군의 판세가 요동치면서 안 원장의 정치 진출을 기대하는 주변에서 초조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안 원장은 향후 정치 행보에 ‘연막’을 피우거나 손사래를 치지만 그를 지켜본 인사들은 “결국 대선에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도 그쪽을 향해 문(門)은 열어두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일종의 신비주의 전략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반짝 인기’를 먹고사는 TV 연예 프로그램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안 원장의 지지율은 작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주춤하는 모양새다. 북한 문제를 비롯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안철수 리더십에 대한 일부 국민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은 한반도의 미래와 5000만 국민의 생존을 짊어진 막중한 자리다. 확고한 권력 의지를 갖고 전력투구해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애매한 처신으로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며 대선정국에 무임승차해서 성공한 전례(前例)가 없다. 국민의 바른 선택을 위해서도 안 원장이 진퇴(進退)를 분명히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