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구의 새누리당 초선 A 의원은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가 2008년 이맘때 갑자기 당 지도부로부터 총선 출마를 권유받았다. 공천자 명단 발표 며칠 전의 일이었다. 그는 최근 “공천을 받기 전에는 현 지역구를 방문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아무 연고가 없었다. 지역 사정을 익히느라 4년 동안 고생 많았다”고 털어놨다.
18대 총선 때 새누리당은 높은 당 지지도를 앞세워 여러 지역구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냈다. 얼굴이 많이 알려진 후보들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막판에 지역 기반이 전무한 곳을 ‘낙찰’받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세의 줄을 잡고 ‘꽃가마’ 타듯이 낙하산 공천을 받아 배지를 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유권자들이 자신들과 오랫동안 호흡해 온 ‘지역형 정치인’을 선호하는 추세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해 4월 18대 총선 때 해당 지역구의 정당득표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얻은 ‘선호 후보’ 158명을 분석해 보도한 적이 있다. 이들의 직업군을 조사한 결과 도의원을 지냈거나 지역에서 당료를 거친 전문정치인 비율이 30.4%로 가장 높았다.
정당보다 인물을 보고 뽑은 ‘인물형’ 선거구의 당선자를 분석해 보니 광역의원이나 시장, 군수 등 기초단체장 출신이 많았다. 떨어졌더라도 기초단체장 선거나 총선에 여러 번 출마하며 지역구에 기반을 닦아 놓은 사람들의 득표율이 높았다. 두 번의 분석 작업에 함께 참여한 명지대 미래정치연구소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지역 경력개발형 정치인’을 선호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19대 총선 공천 작업이 한창인 각 정당은 물갈이를 공언하며 ‘인물 발굴’에 한창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어느 때보다 커 현역 의원에 대한 교체지수도 높은 상황이다.
본보 분석을 놓고 보면 명망가 위주의 공천보다는 주민들과 함께 뒹굴며 지역 사정과 유권자의 바람을 정확히 아는 지역형 인물을 발굴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국회의원은 지역의 봉사자인 동시에 행정부를 감시하고 입법 활동을 해야 하는 국민의 대표다. 각 정당은 선거 때만 새로운 인물을 찾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평소에 역량 있는 풀뿌리 정치인을 발굴하고 이들의 입법 역량을 늘리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유권자들은 이미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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