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國益 지키기 정면승부가 正道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선거 쟁점화에 나섰지만 일부 비대위원은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박 위원장은 “한미 FTA는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됐고 당시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이 설득했다”며 “(야당이 말을 바꾼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촌 지역구 표를 의식하는 황영철 새누리당 대변인은 한미 FTA 이야기만 나오면 슬그머니 뒤로 물러난다. 이런 인식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대변인직을 그만두는 게 맞다. 일부 비대위원의 발언은 한미 FTA에 대해 민주통합당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국익(國益)을 위해 한미 FTA 비준에 동의했다던 옛 한나라당의 모습은 간 곳이 없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2006년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 시절에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하는 집회를 금지하고 민형사상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런 한 대표가 며칠 전에는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한미 FTA 발효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에 앞장섰다. 새누리당은 한미 양국 의회가 비준한 국가 간 협정을 폐기하겠다는 민주당의 무책임성이나 한 대표의 말 바꾸기를 신랄하게 추궁하기는커녕 이 눈치 저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지난날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국민 중 상당수는 새누리당의 이런 비겁함이 역겨워 등을 돌리고 있다.

16일로 회기가 끝나는 2월 임시국회 이후에는 한나라당 시절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이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법안 처리에서 손을 놓은 상태다. 2400만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느냐 포기하느냐의 문제다. 더구나 북한 주민은 우리 민족이다. 새누리당은 북한 인권을 강조하면 ‘수구꼴통’으로 비칠까봐 겁나는가. 북한 인권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진보이고,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세력은 수구꼴통 좌파라고 왜 말을 못 하는가. 이런 허약한 인사들이 새누리당의 전면에 선 모습을 보고 아예 투표조차 포기해 버리겠다는 국민이 적지 않음을 알기나 하는가.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가치를 당당하게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한 표를 좇아 자기 정체성까지 부인하는 정치는 민심으로부터 더 멀어지는 재앙의 길이다.

새누리당은 보수우파 성향 유권자가 결국 새누리당을 찍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자위하지 말라. 박 위원장부터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정면승부에 운명을 걸어야 할 때다. 그것이 정도(正道)다. 박 위원장이 주변에 있는 기회주의자들의 포로가 된다면 당도 스스로도 기회를 잃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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