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씨가 종북(북한체제 추종)과 종북 반대라는 차이를 덮어두고 만든 통합진보당이 홈페이지 해킹을 당했다. 이정희 대표(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김정일 사망 소식을 듣고 울부짖는 가짜사진이 북한 인공기(人共旗)를 배경으로 뜬 것이다. 누구 짓인지 반드시 잡아내 엄벌해야 할 범죄다. 통합진보당은 “헌정질서 문란, 민주주의 파괴”라고 규탄했다. 대한민국을 누가 지킬지 따져야
구 민노당 중심의 통합진보당이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걱정한 것은 한편으로 뜻밖이다. 불법폭력 시위를 일삼고, 국회 안에 최루탄까지 터뜨려 의회민주주의를 조롱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원 6, 7명으로 299석 국회를 기능 정지시킨 기록도 많다.
이런 정당이 제1야당 민주통합당과 선거연대를 해 4월의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세를 불리고, 12월 대통령선거를 거쳐 정권에 참여하려 한다. 민주통합당은 오로지 후보 단일화로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 통합진보당에 끌려간다.
강철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총선후보의 가장 중요한 자격으로 ‘정체성(正體性)’을 강조했다. 정치인도 정당도 국가도 정체성은 중요하다. 정체성이 뭔가. 자체의 색깔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핵심적 가치’일 것이다.
민주통합당 안에는 김진표 원내대표마저도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기류가 있다. 그는 성장과 글로벌 개방경제의 중요성을 알고,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대외 통상협력체제가 절실함도 체득한 경제관료 출신 실용주의자다.
이런 사람의 성분을 문제 삼을 만큼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이 좌(左) 일색으로 강경해지는 것은 통합진보당을 달래기 위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3월 하순 서울에서 열릴 핵안보정상회의를 방해하려는 수구꼴통 좌파 행동세력과 손잡은 것도 그런 정략의 일환일 수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이 그렇게 해서까지 정권을 잡는다면, 그 정권은 대한민국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변질시켜 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구 민노당과 극좌 세력까지 깡그리 동참하는 정권은 지난날의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과도 다른 성격일 수밖에 없다. ‘뼛속까지 종북’인 세력이 가담하는 정권이 대한민국 정통정권일 수는 없다.
민주통합당 자체만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는지 의문이다. 민주통합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정신, 5·18민주화운동 정신,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가치, 국민의 정부(김대중정부)와 참여정부(노무현정부) 개혁, 2008년 이후의 촛불 민심을 계승한다고 강령 전문에 명시했다. 그러면서 1948년의 민주정부 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남기지 않았다. 4000만 유권자가 나라 파수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은 남한만의 정부가 아니라 남북 통일정부를 수립했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린다. 스탈린과 김일성이 먼저 북한 지역에 공산정권을 수립하기로 한 마당에 통일정부를 세우자면 남한이 전쟁을 일으키거나 남한마저 공산화되는 길밖에 없었다. 그런 사정이 뻔한데도, 자유선거를 치르고 유엔이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한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 운운하는 것은 공산화 통일 희망자나 할 얘기다.
집권을 꿈꾸는 민주통합당이라면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해야 옳다. “또 색깔론이냐”고 받아치는 사람이 있다면 되묻겠다. 색깔론이 왜 문제인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정체성을 자랑스러워한다면 누가 색깔론을 편들 먹히겠는가. 대한민국을 부정 폄훼하는 이념 색깔은 대한민국 안보와 5000만 국민의 안녕복리(安寧福利)를 치명적으로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따지고 해소해야 한다. 이 말이 틀리는가. 그러잖아도 북한 김정은 집단이 남한 선거에 가당찮은 개입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강령 전문에서 대한민국 건국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법치주의를 대한민국의 정체성으로 규정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역사인식이요 국가관이다. 헌법 속의 대한민국 정체성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국가’로 요약된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 정강은 헌법정신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미덥지 못하다. 자랑스러운 역사, 그리고 세계 중심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을 새누리당이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정체성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더 많은 국민과 소통하고 열정을 다해 설득하기보다는, 나라가 잘못 기울어도 그저 시류에 영합하고 미봉해 넘기려는 행태가 새누리당을 감싸고 있지 않은가.
올해 총선과 대선은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행동하는 정체성’을 따지는 선거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다. 이 나라의 파수꾼은 결국 5000만 국민, 4000만 유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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