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박정희기념관과 정수장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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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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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기념관이 입안된 지 13년 만에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문을 열었다. 총면적 5290m²의 3층짜리 건물이지만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경부고속도로 건설, 새마을운동, 중화학공업 육성 등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밑바탕이 됐던 역사적 성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상징하는 기념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 전 대통령과 ‘숙적 관계’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건립이 이뤄지게 된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박정희기념관은 긍정적인 유산에 해당한다. 기념관은 부친이 남긴 빛과 그림자 가운데 아무래도 빛을 더 많이 비출 것이다. 이에 비해 박정희의 정(正) 자와 어머니 육영수의 수(修) 자를 따 이름 지은 정수장학회는 부정적 유산일 수 있다. 부산지역 기업인이던 고(故) 김지태 씨가 만든 부일장학회가 모태였다. 김 씨는 박 전 대통령이 부산 군수기지사령관일 때부터 악연이 있었다. 처음엔 5·16장학회였다가 1982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부산일보 지분 100%와 문화방송 지분 30% 등을 소유하고 있다.

▷정수장학회 문제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작년 11월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과 사장 선출권’을 요구하는 부산일보 노조와 사측의 대립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큰 선거 때가 되면 박 위원장을 괴롭히는 단골 소재다. 1961년 5·16 당시 부정축재 등으로 구속된 김 씨의 부일장학회 포기가 ‘자진 헌납’이냐, 국가에 의한 ‘강탈’이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정수장학회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이사장을 지낸 박 위원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느냐도 관심거리다.

▷박 위원장은 “이사장직을 그만둔 이후 나와 장학회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야권은 박 위원장을 겨냥해 ‘장물(贓物)’의 사회 환원을 촉구한다. 법적으론 박 위원장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1978년 박 위원장이 청와대 ‘큰 영애’이던 시절 개인 비서관이었던 최필립 이사장을 비롯해 이사진 5명의 면면을 보면 박 위원장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 긍정적인 유산의 계승도 중요하지만 부정적인 유산을 잘 극복하는 것도 상속자의 역량이다. 박 위원장이 왜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지 답답하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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