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의원(무소속)이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 씨의 병역 비리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어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서울시청 기자단 대표가 참관한 가운데 실시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박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MRI와 일치했다. 강 의원은 곧바로 당사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놨다. 임기 3개월을 남겨놓고 의원직을 사퇴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지만 그는 정치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서울시장은 공인 중의 공인이고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 국가에서 공인 자녀의 병역의무 이행은 국민의 큰 관심사다. 비록 강 의원이 던진 의혹은 오발탄으로 끝났지만 박 시장이 의혹 해소를 위해 아들에게 공개 재검사를 받도록 한 건 잘한 일이다. 그동안 박 시장이 강 의원의 노이즈 마케팅을 도와줄 수 있다는 이유로 소극 대응하면서 의혹이 증폭된 측면도 있다.
강 의원은 1월 초 박 시장의 아들이 공군에 입소했다가 허벅지 통증으로 귀가한 뒤 허리 디스크로 공익근무 판정을 받은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박 씨가 현역 면제 판정을 받은 근거가 된 척추 MRI 사진을 입수해 “다른 사람의 사진과 바꿔치기됐다”는 주장까지 폈다. 일부 신경외과 및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MRI 사진의 주인공은 척추 뒷부분 지방층이 3∼4cm나 돼 마른 체형인 박 씨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전문가일지라도 실물을 확인하지 않은 추정은 원천적으로 오류일 가능성을 안고 있었던 셈이다.
강 의원이 자료를 더 철저히 수집하고 분석했더라면 이 같은 헛발질을 안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다만 강 의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의혹 제기에 충분한 합리적 의심을 할 근거가 있었는지, 공익을 위한 목적이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여성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지난해 5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강 의원은 재기를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벌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가 사퇴 기자회견에서 “병역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인신공격이나 명예훼손을 한 점에 대해 당사자들과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이는 장면을 지켜본 국민은 씁쓸했다.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도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흑색선전이 난무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적 목적으로 무책임한 의혹을 터뜨리는 행태가 사라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