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은 북한 정권의 창설자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아버지 김정일은 김일성 밑에서 장기간 후계 수업을 받으며 옹위 세력을 키웠다. 그에 비하면 갑자기 권좌에 오른 김정은은 ‘백두산 줄기’(김일성 직계후손)라는 것 말고는 뚜렷하게 내세울 게 없고 나이도 적어 불안해 보인다. 김정은의 초기 행보가 군심(軍心) 잡기에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유격대 병영국가다. 김정일은 2009년 16회, 2010년 12회, 2011년 16회 군부대를 방문했다. 김정은은 집권 2개월 만에 14회나 군부대를 찾았다. 그는 올해 첫날을 6·25전쟁 때 서울에 처음 입성한 북한군 부대인 105탱크사단 방문으로 보냈다. 그가 김정일 사후 얻은 유일한 공식 직함이 총사령관이다.
김정은의 군부 구애(求愛)는 역설적으로 그가 아직 군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했음을 암시한다. 김정은의 형 김정남도 일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군 중심 강경노선은 생존을 위한 것”이라며 “후계자 구도가 실패하면 군이 실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나이 어린 총사령관이 여성 병사와 팔짱을 끼는 모습을 보며 북한군의 원로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군의 지지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김정은이 군사 도발을 통해 권력 강화에 나설 수도 있다. 그는 군부대 방문 직후 즉각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북한이 외부에 노출한 적이 거의 없는 842군부대를 방문한 사진도 21일 내놓았다. 842군부대는 북한 전역의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을 통제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842군부대 방문 사진 공개 다음 날인 그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겨냥해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올해 4월 15일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그동안 지향해온 강성대국 건설은 김정일의 대(對)주민 약속이자 국가적 슬로건이었다. 김정은은 2400만 북한 주민을 무엇으로 달랠 것인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내부 결속 차원의 도발이 예상된다”며 “4월 15일 이후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힘을 과시하기 위해 미사일 시험발사, 핵실험 등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4월 중순 이후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급변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갈지 말지 결단을 앞두고 요동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군이 탄탄한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솔직히 미심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