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권지예의 그림읽기]피에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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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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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나, 하정우, 2011. 아트블루 제공
모나리나, 하정우, 2011. 아트블루 제공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미소를 갖고 있는 명화의 주인공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입니다. 귀부인인 그녀의 미소는 수수께끼를 품은 채 50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매혹시켰습니다. 수많은 화가가 모나리자를 패러디하였지요.

보시는 그림은 ‘모나리자’가 아니라 ‘모나리나’입니다. 모나리자의 포즈만 취했다 뿐이지 몰골이 형편없군요. 알 듯 말 듯한 상징적인 기호와 숫자, 그리고 얼굴과 목에는 상처와 꿰맨 자국까지 성한 곳이 없네요. 그런데 이 여자, 붉은 입술로 미소 짓고 있지만 자세히 보니 눈물 자국이 눈꺼풀 아래위로 길게 흘러내린 피에로 분장을 하고 있네요. 이 그림은 유명한 영화배우이자 ‘피에로’ 연작을 주로 그리는 화가의 작품입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감춘 채 늘 웃고 있어야 하는 광대, 즉 배우들의 이면을 담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익명 혹은 상징적으로 등장합니다.

그럼 여기 이 그림엔 어떤 수수께끼가 있는지 한번 풀어볼까요. 화가에 따르면 이 그림은 신인 여배우의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여배우로 데뷔하려면 168cm의 신장과 46kg의 몸에 칼을 대고 얼굴은 성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첫 번째 계약금으로 500만 원을 받습니다. 뭐,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그림에 담았다는군요.

그런데 배우들의 상징인 피에로의 모습에는 빠질 수 없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눈물입니다. 분장을 보면 웃고 있는 그들의 입과 달리 눈은 울고 있고, 검은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피에로의 눈물은 이탈리아의 민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군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 아름다운 처녀가 살았다고 합니다. 처녀는 숱한 사내들의 청혼을 거절하고 가난하지만 순수한 청년 ‘피에로’와 결혼을 했답니다. 어느 날 그녀가 바느질을 하다가 바늘에 찔렸는데 너무 아파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투명하게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로 변하는 거예요. 그 광경을 보자 가난에 지쳐 눈이 먼 남편은 아내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아파하면 할수록 더 많은 다이아몬드가 생기니 그는 미친 듯 아내를 때려 다이아몬드를 얻습니다. 그는 그렇게 얻은 다이아몬드를 갖고 집을 나가 방탕한 생활을 하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아내의 눈물이 변해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는 날이 갈수록 붉은색으로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그 붉은 다이아몬드로 된 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 숨진 아내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피에로는 그간의 일들을 떠올리고 후회와 고통으로 미치고야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그 마을에는 얼굴에 온통 분칠을 하고 붉은 눈물을 흘리며 미친 듯 웃고 다니는 괴상한 사람을 보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기 시작했답니다.

배우나 가수 등 연예인은 부모나 배우자의 장례를 치르고도 무대 위에서는 웃고 노래하며 춤춰야 하는 피에로의 운명입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슬픔이나 고통을 이기고 내면이 성숙한 배우의 연기는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빛이 납니다.

그런데 눈물이라고 다 눈물이 아닙니다. ‘악어의 눈물’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악어의 눈물은 이집트 나일 강의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으면서 눈물을 흘린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하지요. 원래 악어라는 동물은 먹이를 먹을 때 침샘과 눈물샘이 동시에 작용해서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고 하네요. 눈물, 참 묘합니다.

피에로: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악어: “내가 우는 게 우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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