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노정연 의혹 ‘스마트 수사’ 제대로 해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8일 03시 00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자금과 관련한 의혹을 검찰이 다시 수사하고 있다. 정연 씨의 아파트 관련 의혹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나왔지만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수사가 종결돼 유야무야됐다. 정연 씨가 노 전 대통령 임기 말인 2007년 9월 미국 뉴저지 허드슨 강변의 고급 아파트를 매입했고,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돈 140만 달러가 매입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이 당시 제기된 의혹의 골자다.

검찰이 수사에 다시 나선 것은 미국의 카지노 매니저 이모 씨가 2010년 정연 씨와 관련한 새로운 의혹을 다시 제기했고, 최근 보수단체도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정연 씨가 2009년 1월 외제차 수입상 은모 씨를 통해 환치기 수법으로 아파트 대금의 잔금 13억 원을 100만 달러로 환전 및 밀반출해 아파트를 판 경모 씨에게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경기 과천의 비닐하우스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정연 씨 측 인사에게서 받았다는 현금 상자의 사진도 공개했다. 이 100만 달러는 2009년 수사 때 노 전 대통령 가족과 조카사위가 박 회장에게서 받은 것으로 파악된 640만 달러에 포함되지 않은 돈이다. 100만 달러 의혹이 사실이라면 돈의 출처와 송금 과정 및 이 씨에게 돈을 건넨 사람이 밝혀져야 한다.

노 전 대통령 본인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는 그가 자살해 공소권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종결됐고, 수사기록은 밀봉된 채 검찰 문서보관소에 들어갔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한 검찰의 공소권은 시효가 남아 있다. 검찰은 2010년 조현오 경찰청장의 발언을 계기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유무에 대해 수사한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수사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친(親)노무현 세력의 정치적 재기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이뤄져 검찰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상당한 근거가 있는 의혹이 제기됐으면 신속하게 수사한 뒤 사실을 규명해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검찰은 정치적 판단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평소 특정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스마트폭탄처럼 비리 핵심을 파고드는 효율적인 수사를 강조했다. 정연 씨 의혹 수사는 검찰이 ‘스마트 수사’를 할 능력이 있는지를 보여줄 기회다.

민주통합당은 정연 씨 의혹 수사에 대해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총선을 앞둔 기획수사”라며 수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리 의혹을 수사하지 말라는 압박이야말로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정치화하지 말고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정도(正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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