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살 부른 민주당 모바일 경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8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은 국회의원 후보 선택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에서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을 통해 경선 투표에 참여하는 모바일 경선을 이번 총선에 처음 도입했다. 모바일 투표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가지 않고도 투표할 수 있어 편리하다. 잘만하면 돈에 의해 선거 결과가 좌우되는 조직표의 병폐를 막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선거인단 등록절차까지 대신해주는 불법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모바일 선거인단의 규모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각 후보 진영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모바일 선거인단 불법모집 혐의로 27일 광주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를 받던 60대 전직 동장이 투신자살했다. 21일에는 전남 장성에서 아르바이트 고교생 5명이 모바일 선거인단 대리등록을 해주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호남 지역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데다 농촌 특성상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이 많아 대리등록이 심하다고 한다.

모바일 투표는 청년층을 과다(過多) 대표한다. 노장년층을 가능한 한 많이 포함시켜야 하지만 노장년층을 대신해 등록해주는 것은 특정 후보 지지자의 정치적 동원을 부추기고 대리 투표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농어촌의 노인들은 도시에 사는 자녀 명의의 휴대전화를 소유한 경우도 많아 주소지 확인 과정에서 불일치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회는 정치개혁특위에서 민주당의 제안으로 모바일 투표 지원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논의했으나 새누리당이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반대해 흐지부지됐다.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당내 후보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는 것은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이미 민주당 내에서도 “농어촌 지역은 노인 인구가 40% 이상이고 접속이 어려운 구형 휴대전화 소지자는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이의가 제기됐다. 민주당이 모바일 투표의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시정해야만 민의 왜곡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첨단 기술이라고 해서 민주주의를 변질시킬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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