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효숙]해외자원개발, 이젠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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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8일 03시 00분


이효숙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이효숙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최근 한 해외자원 개발 투자 기업의 부실 광구에 대한 투자 문제로 온 사회가 떠들썩하다. 이런 문제로 그동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해외자원 확보 정책의 방향이 꺾이지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이다.

자원과 에너지는 한 국가의 산업과 경제를 운영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재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국제적인 무역규모를 갖고 있음에도 자원은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이란에 대한 국제 무역제재 문제가 불거지자, 석유 수입의 중단으로 인한 기름값 인상을 걱정하는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자원 빈국의 서러움을 느끼게 된다. 더욱이 경제 전문가들은 서방 국가들과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 경제에 또 다른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다.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제조업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수출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자원 안보 문제에서만은 여전히 구조적 취약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석유, 석탄, 철 등 주요 자원의 소비량이 세계 5위권에 드는 대표적인 자원 소비국임에도 불구하고 자원 수요의 대부분을 단순 수입을 통해 조달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따라서 국제 자원 가격이 상승한다면 다른 경쟁국과 비교할 때 어느 국가보다 심각한 경제적 충격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자원 수요의 절반을 해외자원 개발을 통해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자원 가격 상승으로 발생되는 국민 경제적 부담을 최소한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고된 자원 안보 역량을 바탕으로 한 외교적 자주권의 향상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자원 확보의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해 보고자 최근 수년간 해외자원 개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많은 정책적 노력을 시행해 왔다. 그 결과 2000년대 중반까지 3%에 불과했던 석유·가스의 해외자원 자주개발률을 2011년 13.8%로 끌어올렸다. 6대 전략 광물자원의 자주개발률의 경우 10% 내외였지만 2011년에는 29.1%까지 상승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실현했다.

이러한 양적 성장과 더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해외자원 개발 사업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그것이다. 자원 개발 사업은 성공하면 커다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은 고위험 사업이기도 하다. 더욱이 막대한 규모의 초기 투자가 필요하며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는 10년 내외가 소요되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산업이다. 이러한 자원 개발 사업의 높은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좋은 광구를 찾아내는 정보력, 투자 대상 광구에 대한 정밀한 기술적 평가, 그리고 효과적으로 자원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해외자원 개발 투자와 자주개발 물량이 크게 증가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자원 개발 투자 사업들이 선진국과 비교해서 투자 효율성을 확보하고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가라는 측면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 투자 활성화 정책의 중심이 재정적 지원의 확대를 통한 양적 성장에 있었다면 이제는 기술개발을 통해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좀 더 내실 있는 질적 성장도 더불어 실현하는 정책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자원 개발 투자 사업의 철저한 평가와 효과적인 투자를 실현해서 자원 안보는 물론이고 정부 재정의 효율적인 이용 및 일반 투자자들의 재산 보호까지 일석삼조의 효과적인 정책 대안의 개발과 실행을 기대해 본다.

이효숙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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