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구자룡]시진핑과 탈북자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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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9일 03시 00분


구자룡 국제부 차장
구자룡 국제부 차장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가 올해 수교 2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에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올가을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총서기에 오르면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끈다. 시 부주석이 탈북자 북송에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는 향후 한중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그는 2008년 3월 국가부주석에 선출된 후 첫 외국 방문지로 그해 6월 북한에 갔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도 총서기 취임 이후 처음 해외 방문지로 북한을 방문했듯이 시 부주석이 총서기 선출 후 처음으로 북한을 찾을지 지켜볼 일이다.

시 부주석은 2010년 10월 8일에는 베이징(北京)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국가부주석이 북한대사관을 방문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시 부주석은 이 자리에서 “새 지도체제와 함께 전통을 잇고 미래로 향하자”고 연설해 당시 공식화하지 않은 김정은 3대 세습 후계 체제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그해 10월 25일 항미원조전쟁(6·25전쟁) 참전 60주년을 기념해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좌담회에서는 “항미원조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발언했다.

시 부주석이 집권 기간에 북한 3대 세습의 버팀목이 되어 후견인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외치는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에 귀를 닫을 수도 있다. 더욱이 미국의 아시아 복귀에 따라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북한의 협조를 받기 위해 인권에는 눈을 돌리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시 부주석이 과거 중국 지도자처럼 자신도 국내적으로 원칙에 충실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세우려 할 경우 탈북자 북송에는 ‘시대 역행’의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장쩌민 전 주석과 후진타오 주석이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으로부터 후계 지도자로 낙점된 것은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앞두고 각각 상하이(上海)와 티베트의 당서기로 있던 두 사람이 현지에서 발생한 시위 사태에 강경 대응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에 비하면 시 부주석은 2007년 10월 정치국 상무위원, 이듬해 3월 국가부주석, 그리고 2010년 10월 군사위 부주석까지 혜성처럼 떠올랐지만 특별히 어떤 장점이 ‘득점 포인트’였는지 모호하다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이런 점을 의식한 시 부주석이 국제사회가 제기하는 탈북자 인권 문제를 중국의 자주 외교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탈북자는 불법 월경자’라는 강경 원칙을 고수해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대도 없지는 않다. 이달 중순 미국 방문에서 시 부주석은 다른 지도자들보다 개방적이고 서구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에 걸맞지 않게 인권 후진국으로 불리는 굴레를 벗어나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지도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 처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시 부주석은 지방 당서기 시절부터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첫 번째 중국의 최고 지도자이며 한국의 정재계 인사들과의 친분도 두텁다. 북송 위험에 처한 탈북자를 보호해 달라는 탈북자 남한 가족들의 절규를 쉽게 외면하진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다.

구자룡 국제부 차장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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