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 있는 영화나 노래, 드라마에서 복고풍이 강세다. 지난날들은 왠지 좋아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1970년대만 해도 아파트보다는 일반주택이 모여 동네를 형성했다. 주택에 살던 사람들이 당연히 가지고 있던 것 중에 세숫대야가 있었다. 물을 받아 세수하고 발도 닦고 나서 앞마당에 채소밭이라도 있으면 쓰고 난 물을 부어주기도 했다.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은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켜놓은 상태로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곤 한다. 세수에 쓰이는 물의 양을 비교한다면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수돗물도 결국은 석유나 석탄, 그리고 원자력 발전 등을 통해 얻은 에너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자원이다.
조금만 노력해도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다는 공익광고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닿은 적이 있다. “밟지 말고(자동차 액셀) 밟으세요(자전거 페달). 올리지 말고(히터 온도) 올리세요(외투 지퍼). 담지 말고(일회용 비닐봉투) 담으세요(재활용 쇼핑백)∼” 작은 실천이 늘어날수록 온실가스가 줄어든다는 내용이었다. 실천하기 쉬운 내용들이고 듣기 편한 노래로 만들어져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런 공익광고가 자연스럽게 어필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은 글로벌 이슈가 돼버린 에너지 대란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고유가 여파는 대형차를 좋아하기로 유명한 미국인들까지 이제는 차량을 구매할 때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따지게 만들었다. 극소수 부유층만이 즐기는 고급차의 연비는 아직까지 L당 3∼4km지만 요즘 출시되는 보급형 하이브리드카는 L당 20km를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업체로서도 이제는 연비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 절약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석유와 석탄 등 천연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의 에너지 대외의존도는 거의 100%에 가깝다. 에너지 대란을 극복하려면 수소, 태양, 풍력 등 새로운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 하지만 상용화하기에는 비용도 많이 들고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따라서 일반인이 일상에서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에너지 개발보다 중요한 것이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에너지 절약’을 제5의 에너지라고 규정했다. 불, 석유, 원자력, 신재생에너지가 오랜 역사를 통해 인류가 개발한 과학기술의 결과라면 제5의 에너지는 우리가 영원히 함께해야 할 아껴 쓰는 생활습관일 것이다.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쓰던 추억을 현실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에너지 절약 인식을 올바르게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결국은 어른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가장 확실한 교육이다. 내복 입기, 불필요한 전원 끄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등 마음먹기에 따라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 주위에 가득하다. 당장 이번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봄맞이 나들이를 간다면 급출발 급제동부터 줄여보자. “에너지 절약! 어렵지 않아요∼”란 유행어가 아이들의 입가에서 자연스럽게 맴돌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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