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용남]美 신국방전략지침과 한반도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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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9일 03시 00분


윤용남 전 합참의장
윤용남 전 합참의장
올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신(新)국방전략지침은 미국이 10여 년 동안의 반(反)테러전쟁을 종식하고 아시아 중시정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중요 포인트다. 또 만성적인 미국의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두 곳에서의 전쟁을 치르면서 증강되었던 지상군과 해병대 전력 일부를 감축하고, 한 지역에서의 전쟁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동안에도 다른 곳에서의 분쟁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핵심이다.

아시아 중시정책과 더불어 ‘주한미군의 전력 유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은 대북 억제 측면에서는 대단히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이 점점 복잡해진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지상군과 해병대의 일부 감축이라는 지침은 전쟁이 종결됐을 때 전쟁으로 인해 증강된 전력과 국방비를 전쟁 이전의 수준으로 환원하던 관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0여 년간의 전쟁으로 많은 장정이 희생되고 과도한 전쟁비용을 지불한 상황에서 미국 국민들은 전쟁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다. 전쟁이 불가피할 경우라면 최소한의 희생과 비용으로 최단기간에 전쟁이 종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전투 방식도 달라졌다. 최첨단 군사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정찰과 폭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무인기와 첨단 지하폭발폭탄 등으로 적의 전쟁지휘부를 제거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지상전에 기반을 둔 기존의 전투 방식에서 탈피하여 해군과 공군을 보강해 통합 전쟁수행에 주안점을 둔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70%가 산악지대인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는 깊은 계곡, 암석, 동굴 등으로 첨단전력의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규모 특수작전부대의 지원 하에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군과 반탈레반 세력을 이용하여 지상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지상군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마찰을 줄였다.

한반도의 전장 환경도 아프가니스탄과 비슷하다. 70% 이상이 기복이 심한 산악 지형과 대륙성 기후, 도시화 추세로 첨단무기체계의 효과가 제한되어 재래식 전쟁과의 병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의 지상전은 한국군이 주로 담당하면서, 지원되는 미군의 해군과 공군 전력을 잘 통합할 수 있는 작전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지상군은 하루빨리 첨단전력과 재래식 전투력을 함께 운용하는 새로운 전투 방식을 연구하여 작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국방개혁상 제시되어 있는 지상군의 대폭적인 병력 감축 규모에 대한 재고와 동원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투장비 현대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적정 규모의 국방비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참모총장에게 작전지휘권, 즉 군령권도 주어져야 할 것이다. 신국방전략지침은 주한미군과 한반도 안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신국방전략지침이 본격화하면 한반도 안보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윤용남 전 합참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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