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교육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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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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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CF에 아이돌이 나오면 새 학기를 맞은 학부모들의 걱정이 늘어난다. 인기 아이돌의 CF 출연료가 교복값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2004년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가 한 학생복 브랜드의 모델로 출연하면서부터 교복값 급등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복업체의 담합과 폭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물리고 소비자들은 공동구매로 반격에 나섰지만 20만∼30만 원인 교복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작년 2월에 비해 남자 학생복은 13.2%, 여자 학생복은 14.2% 올랐다.

▷올해 교과서대금 고지서를 받아 든 학부모들은 깜짝 놀랐다. ‘가격 자율화 원년’을 맞아 교과서값이 전년 대비 45%나 올랐다. 2012년도 고교 주요 선택과목 교과서 평균가격은 지난해 대비 최대 175%까지 인상됐다. 선택과목뿐 아니라 국어 영어 수학 교과서 가격도 15∼30%까지 올라 교과서 가격만 10만 원이 넘는다. 판형 재질은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 물가에는 관심도 없는 모양이다.

▷교복과 교과서 말고도 신학기에는 돈 들어갈 데가 많다. 유행에 민감하고 남에게 뒤지기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은 옷 가방 운동화 문구류 등도 특정 브랜드를 찍어 사 달라는 경우가 많다. 주로 연예인이 광고하거나 아이돌 그룹이 공항이나 무대에서 착용한 제품들이다. 자녀에게 좋은 제품을 사 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안 입으면 왕따당한다”는 은근한 협박까지 가세하면 지갑을 열지 않을 재주가 없다. 올해 유행하는 키높이 운동화나 네모난 모양의 스퀘어 백팩의 가격은 10만∼30만 원에 이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이른바 ‘교육 물가’는 급등했다. 올해 1조75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며 대학등록금 인하를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등록금 인하율은 4.5%에 그쳤고, 교복과 교과서를 필두로 신학기용품의 가격이 상승해 학부모 부담이 늘어났다. 학원비도 초등학생(4.2%) 중학생(3.3%) 고등학생(4.8%) 모두 올라 ‘사교육과의 전쟁’이 빈말처럼 들린다. 교육 지출에 돈을 아끼지 않는 학부모 심리를 이용한 상술이 얄밉다.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아이 많이 낳으라”고 채근하려면 교육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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