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聖戰’ 외치는 北의 도발에 빈틈없이 대비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와 대북(對北) 영양지원을 매개로 미국에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남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인천의 한 군(軍)부대에 전시된 ‘때려잡자! 김정일, 쳐죽이자! 김정은’ 구호를 문제 삼아 인민군 최고사령부, 외무성, 관영언론을 총동원해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무차별적인 성전(聖戰)’을 선포했다. 어제는 김정일 사망 이후 최대 규모의 인파인 15만 명이 평양의 김일성광장에 모여 군민대회를 열고 총궐기를 다짐했다.

김일성 일가를 신격화(神格化)한 북한이 최고 존엄 모독 운운하며 한국을 비난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국내 일부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 부자(父子) 사진을 사격표적지로 사용한 것에 “천만 군민의 보복대응”을 언급하며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역적패당’ ‘인간추물’ ‘패륜아’ ‘정신병자’ 등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우리가 김씨네 이름만 꺼내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한미 군사훈련 와중에 김정은은 판문점을 시찰하고 “판문점 전초병들은 적과 항시적으로 총부리를 맞댄 만큼 언제나 최대의 격동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일성이 1994년 7월, 김정일이 1996년 11월 다녀간 판문점을 16년 만에 찾은 최고사령관의 ‘현지지도’다. 북한은 6·25 정전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명명하고 판문점을 승리의 상징처럼 미화한다. 김정일 급사(急死)로 권력을 잡은 김정은이 사흘이 멀다 하고 군부대를 찾는 것도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선군(先軍)정치의 계승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북한은 이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굳힌 것 같다.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을 주축으로 한 이른바 ‘진보진영’이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 정부와 협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1년 정도 기다리면 북한에 우호적인 세력이 정권을 잡아 퍼주기를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전문가 72명과 일반 국민 1002명을 상대로 북한체제의 신뢰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일반인의 69.4%는 신뢰할 수 없다고 답한 반면, 이른바 진보좌파 성향 전문가의 69.6%는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정부와 군과 대다수 국민은 호전성을 드러내는 북한을 상대로 자칭 진보 전문가들처럼 방심하고 있어선 결코 안 된다. 우리 군은 다음 달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에 즈음해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기습도발에 대비한 방위태세를 굳건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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