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교총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5일 수업에 대해 교사의 96%, 학부모의 78%, 학생의 88%가 찬성했다. 지난해 7월부터 주5일 근무가 20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되면서 주5일 수업의 토대는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도 1996년부터 시행하는 주5일 수업을 우리만 시행하지 않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 그러나 막상 매주 ‘놀토’를 시행해보니 학원만 살판날 것이라던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집계에 따르면 학교를 안 가는 첫 토요일인 3일 돌봄교실이나 토요방과후학교 등 학교의 토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전체 초중고교생의 8.8%인 61만8000여 명에 불과했다. 개학 다음 날이라 참가율이 낮았다고 하지만 주5일 수업이 지난해부터 예고돼 있었다는 점에서 학교들이 준비와 홍보를 게을리한 사실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역시 사교육업체들은 학생들을 유인하는 경쟁력이 학교보다 월등했다. 학원들은 지난해부터 신규 강사를 채용하고 설명회를 열면서 토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제 학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학원을 벗어나 평소 하기 어려운 창의논술, 역사, 경시대회 준비반으로 몰려들었다. 늘어난 놀토가 학습 보충시간으로 변질되면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사교육비를 더 부담해야 할 판이다.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 잡기를 교육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쉬운 수능, EBS 확대, 입학사정관제 입시 등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이런 사교육 죽이기 정책이 별 효과를 보지 못했음은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줄지 않았다는 통계가 말해준다. 여기에다 준비가 부족한 주5일 수업의 실시로 사교육만 살찌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학원으로 몰려가는 학부모와 학생도 문제지만 정부와 학교는 프로그램의 만족도를 높여 학부모와 학생의 관심과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사교육과의 전쟁은 공교육의 완패로 끝날 것이다.
부모의 돌봄이나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과 농어촌 아이들은 주5일 수업으로 생긴 놀토에 방치되고 있다. 여유 계층 아이들이 학원에서 공부할 때 저소득층 아이들이 컴퓨터게임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면 교육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일탈도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