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圈연대 한다며 대한민국 뿌리 흔들 셈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4·11총선 ‘야권(野圈) 연대’를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심각한 자기 부정이다. 한미 FTA의 경우 민주당은 ‘전면 재협상’, 진보당은 ‘폐기’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미 FTA를 시행하다 문제점이 드러나면 부분적인 재협상은 가능하겠지만 전면 재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대사관 앞에 몰려가 폐기 구호를 외치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전면 재협상으로 말을 바꾸었지만 5년 전 자신들 스스로가 추진한 한미 FTA를 부인하는 태도다.

한미 FTA는 경제영토의 확장을 넘어 한미동맹을 다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제주 해군기지는 해상 주권과 국가 이익을 지키고 대양해군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 중요성을 깨달았기에 진보좌파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적극 추진했다. 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당시 “한미 FTA는 우리 경제를 세계 일류로 끌어올리는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서도 “대양해군을 육성하고 남방항로를 보호하기 위해 해군기지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찬성했다. 이해찬 정동영 상임고문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 민주당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골수 진보좌파인 민주노동당 등과 야권 연대 얘기가 나오면서부터다. 연대를 위한 정지(整地) 작업으로 민주당은 2010년 10월과 2011년 12월 두 차례 전당대회를 통해 기존의 ‘중도개혁’ 노선을 버리고 좌파적 색채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강정책까지 바꾸었다. 이제는 야권 연대 욕심에 국익과 안보를 팽개치고 진보당에 무작정 끌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의 민주노동당이 주축을 이룬 진보당은 강령에 보편적 복지사회 실현, 대학서열 해체, 주택공영제 실시, 생산수단 소유구조의 공공성 강화,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체제 해체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 기저에는 반미(反美)와 종북주의(從北主義)가 자리 잡고 있고, 시대착오적인 ‘사회주의 체제’를 지향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야권이 연대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다수의 진보당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고 장관도 될 것이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진보당에 휘둘린다면 이 나라의 안보와 외교 그리고 경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진보당보다 지지율이 5∼6배 앞선다. 더구나 진보당과 달리 두 차례 집권 경험을 지닌 민주당은 국정의 책임, 그리고 국익과 안보가 얼마나 막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설사 야권 연대를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드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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