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 국민과 정부의 간곡한 호소를 거부하고 지난달 체포한 탈북자 31명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세 어린이를 비롯한 미성년자 여러 명과 노인들도 희생자에 포함됐다. 김정은이 “(김정일 사망) 애도 기간에 탈북한 사람은 3대를 멸하라”고 지시했으니 이들은 처형될 가능성이 높다. 탈북자들을 사지(死地)로 내몬 중국 정부는 이제 인권과 한중 우호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은 특별하다. 31명이 체포된 사실이 즉각 알려지면서 탈북자 보호를 요구하는 한국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우려를 표시했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공론화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에게 탈북자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인도적 고려와 국제법상 강제 송환 금지 원칙에 따라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은 국제사회의 호소를 깔아뭉갠 처사다. 올해 수교 20주년을 맞은 두 나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도 철저히 무시했다.
중국 외교부 고위 인사는 최근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조업 협의 과정에서 한국의 정당한 법 집행을 ‘비문명적’이라고 지칭하면서 단속과 대응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불법조업을 하다 적발되면 각종 흉기를 휘둘러 한국 해경을 살상하는 자국 어민을 두둔하기 위해 ‘문명’을 거론하다니 기가 막힌다. ‘비문명적’이란 말은 탈북자의 목숨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중국 정부의 행태에 들어맞는 표현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완충지대(buffer zone)라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김씨 왕조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탈북자가 넘어오는 대로 한국으로 보내주면 북한 체제의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국인 북한은 중국의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세계 지도국가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체면을 손상시킬 뿐이다. 26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탈북자 문제에 관한 한국과 세계인의 의견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