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와 친박, 김무성 등의 공천 승복에 답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김무성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으로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의 반발 기류가 바뀌고 있다. 그제 조전혁 의원은 “당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승복했고, 진수희 의원은 막판에 탈당 선언을 보류했다. 어제는 이경재 김학송 정해걸 윤영 의원과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이 총선 불출마와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현재로선 이윤성 박종근 최병국 전여옥 허천 의원 등 현역 의원 5명과 이방호 전 의원,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외에 추가 탈당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른 낙천자들도 향후 거취 모색을 위한 공동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김무성 의원은 “깊은 고민 끝에 누구보다 당을 사랑하는 당인으로서 우파 분열의 핵이 되는 건 옳지 못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4년 전엔 친박(친박근혜)으로 찍혀 낙천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런데 이번엔 비박(非朴)으로 몰려 공천에서 제외됐으니 “당을 나가 확 뒤집어엎고 싶었다”는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그는 “자랑스러운 해군을 해적이라고 칭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국가 중대사에 반대하는 세력에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면서 “우파 재집권은 나라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재 의원은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갈림길에서 개인의 기득권과 감정에 연연해 큰일을 그르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해걸 의원은 “보수 분열로 대선 판도까지 빨간불이 켜진 마당에 한가족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조전혁 의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의 명단 공개로 세비(歲費) 전액이 압류당해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임에도 “제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이웃과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수희 의원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이재오 의원의 만류로 탈당 선언을 접었다고 한다. 이동관 전 수석은 “적전(敵前) 분열로 청와대 앞마당인 서울 종로를 야당에 내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각자 처한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자기희생의 결단이 나오기까지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보수우파의 분열을 막고 정권 재창출을 이뤄야 한다’는 대의(大義) 앞에서 사사로운 욕심을 접었다는 이들에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박계가 답할 차례다. 박 위원장은 원성이 자자했던 자파 중심적이고 폐쇄적인 정치에서 벗어나 열린 정치에 적극 나서야만 보수우파의 통합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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