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 죽으면 어떡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동물원 돌고래 쇼에 출연하는 돌고래 한 마리를 제주도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제돌이란 이름의 돌고래는 3년 전 서울동물원이 구입했으나 제주 연안에서 불법 포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시장은 “제돌이를 한라산이 있고 구럼비 바위가 있는 제주도에서 마음껏 헤엄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돌이를 고향 바다로 돌려보내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구럼비 바위’라는 박 시장의 표현을 뜯어보면 돌고래의 귀향에 정치적 의도를 덧칠한 것 같아 안타깝다. 구럼비 바위는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강정마을뿐 아니라 제주 해안 전체에 산재한다. 제돌이가 속한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을 따라 헤엄치기 때문에 강정마을 앞바다도 지나가지만 그곳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제주의 상징으로 한라산과 나란히 구럼비 바위를 언급한 것은 균형감을 현저히 잃은 발언이다.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만만치 않다. 3년 가까이 동물원에서 지낸 제돌이가 야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있다. 포획된 지 3년 지난 돌고래의 자연방사는 성공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다. 군집(群集)생활을 하는 돌고래의 속성상 혼자 살기 어렵고 돌고래 무리에 합류하더라도 다른 돌고래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다. 제돌이가 죽거나 상처를 입는다면 풀어주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종은 아니다. 한반도에서는 제주 연안에 110여 마리가 살고 있다. 제돌이 한 마리가 바다로 돌아간다고 해서 종족 보전을 위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박 시장이 9억 원의 예산을 들여 불법 포획 상태를 원상회복함으로써 남방큰돌고래 보호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천성산 꼬리치레도롱뇽 보호도 좋고 4대강 유역의 단양 쑥부쟁이 군락지 보전도 필요하다. 그러나 환경 사랑 속에 인간 사랑이 들어 있지 않으면 바람직한 환경운동이라고 하기 어렵다. 돌고래가 푸른 바다에서 느낄 자유를 찬양하는 박 시장, 도롱뇽의 살려달라는 울부짖음을 들었다는 지율 스님, 그리고 쑥부쟁이 군락지의 훼손을 우려한 환경단체들도 중국에서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를 살리려는 활동에 힘을 보태야 한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몰려간 시위대도 탈북자 인권에 관심을 표시할 때 비로소 바른 인식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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