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택시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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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4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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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명물 ‘옐로 캡’은 매일 60만 명 이상의 뉴욕 시민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이 택시는 앞좌석에 승객이 탈 수 없고 운전사와 승객의 공간이 방탄강화유리로 완벽하게 분리돼 있다. 강도가 많은 뉴욕의 밤거리에서 운전사를 보호하기 위한 설비다. 요금이 오가는 작은 구멍이 유일한 소통 창구다. 2008년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베이징 당국은 미관상 좋지 않다며 택시 칸막이를 떼어 냈다. 반면 충칭은 관내 운행 1만1400대 택시 전체에 녹음기와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택시 운전사를 상대로 한 범죄에 못지않게 절취한 택시를 이용한 강도 성폭행도 빈발한다. 여성들뿐 아니라 음주가 잦은 비즈니스맨 사이에서 택시에 탑승한 뒤 차량의 번호와 위치를 가족에게 전송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 인기다. 서울시내 등록택시 7만2000대 중 58%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다. 주로 교통사고에 대비한 전방 촬영용이다. 제품에 따라 10만∼50만 원이면 설치할 수 있어 고급 승용차들도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추세다. 주차장에서 다른 차를 받고 도주하거나 어린이들이 고급 차량을 못으로 긁는 것 같은 범죄도 줄어들 것 같다.

▷택시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이므로 내부를 지속적으로 촬영하는 블랙박스는 규제 대상이다. 지난해 3월 제정돼 9월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은 범죄의 예방 및 수사, 그리고 시설 안전을 위한 경우에 한해 블랙박스의 차량 내부 촬영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블랙박스 설치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을 두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음성 녹음은 안 된다. 음성 녹음은 범죄 예방의 효과가 있지만 사생활 침해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 공개된 9분 17초짜리 동영상에는 30대 초반 여성이 50대 운전사에게 쉴 새 없이 욕설과 막말을 퍼부어대는 민망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육두문자도 모자라 직업까지 비하했다. 모욕을 견뎌낸 택시 운전사의 인내가 놀랍다. 기막힌 일을 당한 택시 운전사의 자녀가 동영상을 올리면서 막가는 세태를 개탄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누리꾼 신상 털기에 따른 2차 피해에 대한 동정론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기본 예의도 모르고 입이 건 ‘무개념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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