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남자이야기]<4>미혼녀가 ‘개천용’에 질색하는 까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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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여성들이 내준 수수께끼 하나. “요즘 배우자감으로 가장 인기 없는 남성은?”

정답은 ‘개천용(개천에서 나온 용)’이란다.

이해할 수 없었다. ‘개천용’이야말로 에누리 없는 진짜 성공의 상징이 아닌가. 악조건을 무릅쓰고 꿈을 이뤘다는 것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한데 최악의 배우자감이라니. “직업 좋고 인정받고 돈 많이 벌면 뭐 해요. 골치 아픈 건 딱 질색이에요.”

그녀들이 개천용을 마다하는 이유였다. ‘복잡한 인간관계’, 정확히 말하자면 개천용에 딸린 식구들이 무서워서 그런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자기들만 그런 건 아니란다. 친구나 선후배 대부분이 개천용에는 기겁을 한다는 것이다.

시댁 사람들 등쌀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었다. 특히 시어머니로부터 시집살이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아들을 성공시키느라 뼈 빠지게 고생했는데, 그 혜택을 며느리가 누리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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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용이 질색인 결정적인 이유는, 그에게 시댁 식구들이 항상 우선순위 앞쪽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개천’과 ‘용’이 분리될 수 없어 ‘개천용’인 것처럼, 자기 식구를 먼저 챙겨주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다가 결국 부부간 불화가 깊어진다는 주장.

세상살이 경험도 많지 않은데, 그녀들이 어떻게 그런 것까지 생각할까 궁금했다. 하지만 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그들의 아버지가 바로 개천용이었던 것이다. 자라면서 엄마한테 내내 들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너는 절대로 개천용 만나지 마.”

그러면 요즘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배우자감은 어떤 남성일까. TV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찾을 수 있다. 여주인공은 시댁 식구를 만들기가 싫어서 싱글을 고집하다가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나 결혼을 한다. 그는 잘생긴 의사다. 무엇보다 좋은 건 미국 입양아 출신이라는 것이다.

요즘 미혼 남녀들이 결혼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그와 함께 시작되는 복잡한 인간관계라는 분석이 있다. 공부와 경쟁에만 몰려 세대 간 소통은 배우지 못한 책임이 그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모두 앞 세대의 개천용들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개천용이 미꾸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편하고 자유로운 게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능력 없는 남자가 용서된다는 것도 아니다. 자기 힘으로 성공해도 싫고, 능력이 처져도 싫다면 어쩌라고?

미혼 남성들은 한숨 나오게 생겼다. 최고의 배우자감이라는 ‘성공한 고아’가 어디 노력으로 될 일인가 말이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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