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날을 맞아 새삼 물에 대해 생각해본다. 중요한 것은 지구촌 곳곳에 물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의 위기다. 특히 물부족 국가 사람들에게는 이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 인간개발보고서(2006년)에 따르면 매년 180만 명이 물 부족 혹은 오염된 식수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 이는 전쟁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로 죽는 사람보다도 물 부족이나 물 오염으로 죽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물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뭐니 뭐니 해도 강에 댐이나 보를 건설해 물그릇을 키우는 것이 최선이다. 우린 이미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물그릇을 크게 확장했다. 그렇다고 해도 유한한 자원인 물을 절약해서 쓰는 것은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린 흔히 돈을 펑펑 낭비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돈을 물 쓰듯 한다’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역으로 ‘물을 돈 쓰듯 한다’면 물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환경저널리스트인 알렉스 스테픈이 엮은 베스트셀러 ‘월드 체인징’은 ‘물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기’에서 재미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이는 어느 날 아침 우리가 일어나 자기가 일생 쓸 물을 전부 공급받는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물의 양은 체육관 넓이의 거대한 탱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물을 가능한 한 절약해서 쓸 것이며 이를 지키고 보전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 날마다 우리가 앞으로 쓸 수 있는 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체크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생 쓰고 남은 물은 그야말로 후손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깨끗한 물이 있다. 아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즉 지하의 상수도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땅속으로 사라지는 물이다. 이렇게 사라지는 물의 양은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약 6억4000만 m³로 총급수량의 10%를 상회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태가 나빠 수도관로 투자가 열악한 곳일수록 ‘물의 실종’은 심각하다. 강원도의 경우 누수율이 무려 21.7%에 이른다. 그래서 강원 영월은 m³당 수돗물 값이 928원으로 우리나라에서 물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다. 한국에서 가장 잘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서울은 누수율이 4.2%로 매우 낮아 수돗물 값이 m³당 512원으로 영월의 절반에 불과하다.
물그릇이 충분해도 대형 수도 파이프가 터지거나 밸브가 고장 나면 ‘물난리’가 난다. 물론 공장도 올 스톱이다. 우리나라는 가정이나 공장에 물을 공급하는 관로의 노후화가 심각해 심심치 않게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 물 값은 노후관로 개체 비용도 포함돼야 하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것이 물값 현실화가 절실한 이유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물값의 적절한 현실화가 노후 관로나 고장난 관로의 적기 수리를 보장해 결국은 ‘물의 실종’과 ‘물의 낭비’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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