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나트륨의 역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2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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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이 나온다.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두 가지로 빛과 소금을 든 것이다. 과학적으로도 틀린 말은 아니다. 소금은 원소기호로 염화나트륨(NaCl)이다. 나트륨은 칼륨과 함께 세포의 삼투압을 조절하는, 신체에 없어서는 안 될 미네랄이다. 몸속에는 ‘나트륨-칼륨 펌프’가 쉼 없이 작동하며 세포의 신진대사를 일으킨다. 나트륨이 세포로 들어오면 칼륨이 밀려나고, 칼륨이 들어오면 나트륨이 밀려나는 순환 과정을 통해 유해물질이 든 오래된 물과 영양소가 든 신선한 물이 교환된다.

▷나트륨은 칼륨과는 달리 자연 상태의 먹을거리에는 극히 적은 양만 들어있다. 그래서 포유동물은 나트륨 부족에 시달리기 쉽다. 채식동물은 더위 등 스트레스를 겪으면 나트륨 욕구를 채우기 위해 짠맛을 찾는다. 간혹 비무장지대(DMZ)의 야생 사슴이 콘크리트 벽을 핥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콘크리트 벽에 묻은 소금기를 섭취하기 위한 행동이다. 포유동물 가운데 인간만이 제염 기술을 개발했다. 소금은 큰 이익이 됐고 국가의 최초 전매사업도 제염이었다. 로마 시대 병사들은 국가로부터 급료를 소금(salar)으로 받기도 했는데 오늘날 급료를 뜻하는 영어 ‘salary’, 프랑스어 ‘salaire’의 어원이 됐다.

▷소금의 공급 부족 현상이 해결되자 나트륨의 역습이 시작됐다. 나트륨은 수분을 빼앗는 성질이 있다. 생선을 저장할 때 소금을 뿌려두면 생선에서 수분이 빠져나와 오래 둬도 상하지 않는다. 빙판길에 소금을 뿌리는 이유도 소금이 눈의 수분을 빼앗아 어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몸속 세포가 건강하려면 충분한 수분을 유지해야 한다. 칼륨에 비해 나트륨이 많으면 수분이 상실된다. 세포가 수분을 빼앗기면 혈관이 좁아져 혈압을 높이고 당뇨 신장질환 백내장 피부노화를 일으킨다.

▷그동안 건강의 최대 적으로 지방과 설탕이 꼽혔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방이나 설탕보다 소금을 더 주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까지 하루 나트륨 섭취 20%(소금 2.5g) 줄이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우리 국민이 주로 먹는 김치찌개류 면류에 소금이 많아서인지 한국은 세계 주요국 중 나트륨 섭취량이 가장 많다. 소금이야말로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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