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룸살롱 황제’의 檢·警 유착 의혹 진상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4일 03시 00분


‘강남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의 기 싸움이 끝을 모른다. 경찰 관계자는 “2010년 이 씨가 성매매업소 업주라는 증언을 확보하고 긴급체포하려 했으나 검찰이 이례적으로 불허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씨는 검찰이 봐주고 있다고 암시하며 “경찰이 아무리 영장을 신청해도 나를 구속 못할 것”이라며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2007년 검찰 수사관이 이 씨의 업소에 투자해 거액을 챙긴 정황을 파악했지만 검찰이 “사건을 더 캐지 말고 송치하라”고 지휘했다는 경찰의 폭로도 이어졌다.

서울 강남에서 13곳의 룸살롱을 운영한 이 씨는 세금포탈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최근 검찰은 이 씨가 경찰관에게 금품을 상납하고 뇌물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수사에 착수했다. 총경급 등 전현직 경찰관 30여 명이 이 씨의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검찰이 수뢰 경찰관 몇몇의 신원을 확인하고 소환 절차에 들어가자 이번엔 수세에 몰린 경찰이 이 씨와 검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선 양상이다.

경찰은 이 씨를 두 차례나 수사하고도 뇌물수수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수사 능력과 도덕성을 의심 받는 처지다. 이 씨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유착 의혹의 한쪽 당사자라는 점에서 객관성을 결여했다. 수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특임검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 사건은 지난해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불거진 검찰 경찰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국민의 복리와 편의는 안중에 없고 권한 싸움에 매달려 서로를 겨냥한 ‘기획 수사’ ‘기획 고소’ 공방(攻防)에 열을 올리는 검경의 행태가 한심하다.
#사설#룸살롱황제#이경백#검찰#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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