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상근]김포공항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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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일 03시 00분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두 가지가 의외였다. 세계적 공항으로 인정받고 10년 동안 흑자를 냈다는 사실. 대부분의 독자는 이 대목에서 인천국제공항을 떠올릴지 모른다. 국제공항협회(ACI)가 해마다 실시하는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니까.

ACI는 179개국, 580개 공항운영사가 가입한 기구다. 공항 운영 및 시설의 서비스 수준을 해마다 2월에 발표한다. 분기별로 승객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현장을 실사하는 식이다. 출입국 절차, 보안검색, 수하물 처리, 편의시설, 친절도를 중점적으로 본다.

자료를 제출한 186개 공항을 규모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눠 순위를 매긴다.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세계 최우수공항’은 별도로 선정한다. 인천국제공항은 중대형 공항(연간 승객 2500만∼4000만 명) 22곳 중에서는 물론이고 전체에서 1위다. 2001년 출범한 공항의 성적이니 칭찬받기에 충분하다.

기자가 의외라고 얘기한 대상은 김포국제공항이다. 중형 공항(연간 승객 1500만∼2500만 명) 30곳 가운데 2년 연속 1위다. 전체 순위는 7위에 올랐다. 지난해 수익은 1200억 원으로, 2002년부터 지금까지 흑자 행진이다. 매출의 70%가 나오던 국제선이 인천으로 넘어간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성과다.

김포국제공항의 실력은 3월 26일부터 열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도 인정받았다. 53개국 정상급 인사와 국제기구 수장 등 58명이 참석했는데 13개국 대표단이 김포를 통해 한국을 찾았다. 김포의 현 국제선 청사는 1988년 문을 열었다. 시설이 낡았지만 24년의 국제선 노하우가 살아 있기에 일본 독일 캐나다의 정상들이 안전하게 이용했다.

인천의 최신 조명시설이 빛을 내는 순간부터 김포는 불이 꺼졌다. 한 해 1790만 명에 이르던 국제선 승객이 다 떠나고 청원경찰이 지켰다. 직원들은 회사가 망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재건축을 위해 철거를 앞둔 건물 같다며 낙담했다.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쇼핑시설 병원 영화관을 유치하면서 활기가 돌았다. 국제선을 다시 개설하려는 노력도 결실을 맺었다. 일본 하네다(2003년), 중국 훙차오(2007년), 일본 오사카(2009년)와 나고야(2010년), 중국 베이징(2011년), 대만 쑹산(2012년). 또 자체 개발한 항행장비를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등 13개국에 수출해 200억 원을 받는 등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었다. 작년 12월 문을 연 스카이 파크에는 호텔 영화관 정원이 들어섰다. 자연 속에서 쇼핑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설이다.

ASQ 시상식은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한국의 국제공항 2곳이 시상대에 오른다. 김포를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의 성시철 사장은 “공사뿐만 아니라 세관 법무부 검역원 등 상주기관이 승객의 편의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제선 중단 및 노후 시설이라는 불리함을 딛고 김포는 부활했다. 구성원 모두가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유리한 입지, 막대한 지원, 최신 시설이 없어도 적극적 자세와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한 사례다.

눈을 돌리면 비슷한 도전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규모가 작아도, 재정적으로 힘들어도, 주위의 눈길이 따스하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는 조직이나 개인 말이다. 중소기업, 지방대, 고졸 출신…. 우리 사회는 이들을 얼마나 알아주고 격려하는 중일까.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songmoon@donga.com
#광화문에서#송상근#김포#김포국제궁항#인천#인천국제공항#A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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