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 27일 이틀간 세계의 이목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집중됐다. 세계 지도자 58명은 핵테러 없는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인류 공동의 목표 아래 하나가 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번 정상회의는 어떤 참가국이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을 ‘글로벌 이슈의 최전선에 있는 주역’으로 만든 역사적 계기가 됐다.
세계에는 1600t의 고농축우라늄과 500t의 플루토늄이 산재해 있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 2만 개에 해당하는 핵물질을 제거했거나 제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다른 8개국은 고농축우라늄 0.5t을 제거했다고 발표하는 등 핵물질 제거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핵물질 대부분은 핵무기 형태로 존재하고 핵무기 보유국들이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상대적으로 관리가 취약한 민수용 핵물질을 우선 논의 대상으로 삼았다. 민수용 핵물질의 대부분은 산업·의약용 동위원소 생산을 위한 연구용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되는데, 서울 정상회의는 약 5.5t(핵무기 약 240개 제조 분량)으로 추정되는 민수용 핵물질 제거의 전기를 마련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정상 선언문인 서울 코뮈니케는 각국이 자발적으로 2013년 말까지 구체적인 고농축우라늄 감축계획을 제시하도록 했으며, 우리나라는 미국 프랑스 벨기에와 함께 연구용 원자로 연료로 쓰이는 고농축우라늄을 저농축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2016년까지 검증하기로 했다. 아울러 참가국들이 핵물질 제거, 핵안보 협약 비준 약속 등 새로 100개 이상의 구체 공약을 제시하는 실천적인 성과도 있었다.
우리 의전과 회의 운영에 대해 각국은 이구동성으로 진심 어린 찬사를 보냈다. 경호, 차량 운행, 정상 사진 촬영 등 모든 면에서 우리의 세심한 준비가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어떤 참가국은 모든 수행원에게 행사장에 들어가 ‘배우게 했다’는 후문이다. 한국 특유의 친절함과 세심함에 많은 정상이 한국의 ‘정’을 느낀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를 포함해 24차례의 양자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단일 행사에서 역대 최다 정상외교를 갖는 기록도 세웠다. 우리 측과의 정상회담을 희망했으나 일정상 성사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일부 정상은 우리나라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일찍 내한하거나 체류 일정을 연장하기도 했다. 우리는 정상회담을 비롯해 총리(9회) 및 외교장관(12회) 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반대한다는 국제여론을 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을 비롯한 9개국 정상들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분단의 현실을 직접 체험한 것도 국제사회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다자적인 가치 외교와 양자 차원의 실질협력 확대를 종합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총합외교의 좋은 모델이 됐다고 평가한다. 우리의 임무가 이번 정상회의를 끝으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네덜란드가 제3차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역할과 기여를 할 것이다. 성원과 협조를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