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쓰려고 하면 이중삼중으로 마음이 아파서 좀처럼 펜이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마음먹고 쓴다. 다케시마(竹島·한국명 독도) 문제에 더해 이 문제까지 달아오르면 모처럼 좋아진 일한관계가 정말 꼬여버리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가장 아픈 것은 물론 당사자인 할머니들 때문이다. 굴욕스러운 기억을 가슴에 안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거듭하고 있는 할머니들. 원통함을 안은 채 이 세상을 떠나는 분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은 차마 견디기 어렵다.
약 20년 전, 과거를 조사한 일본 정부는 위안부 징용과 관리에 일본 국가기관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이 담화를 통해 사죄했다. ‘이른바 군위안부로서 수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 양면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와 반성의 뜻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다음으로 내 마음이 아픈 것은 이 담화에 대해 지금까지도 큰 목소리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일본에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장하기를 할머니들은 폭압적으로 강제 연행된 것이 아니며, 대가가 지불됐고, 일본인 위안부도 많았다고 한다. 세상사의 본질을 보려 하지 않는, 이 같은 주장이 일본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일본 정부도 이들의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 더 방치해선 안돼
하지만 그랬던 정부도 국가보상에는 나서지 못했다. 식민지 지배에 관한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를 맞아 체결한 협정에 의해 양국 정부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상호 확인했다는 게 그 이유다. 체결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부상한 만큼 특별입법을 해서라도 국가가 보상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나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파의 강한 반대도 있어 그렇게 하지 못했고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정권은 차선책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정부가 주도하고 거액의 운영비도 정부가 부담하는 기금을 만들되, 민간에서 기부금을 모아 ‘보상금’을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해서 ‘아시아 여성기금’이 창설돼, 이 문제에 열의를 가졌던 민간인과 원로 정치가가 기금의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일본어와 영어뿐인 게 아쉽지만, 기금의 디지털기념관(www.awf.or.jp)에는 한국과 필리핀 대만 등지의 위안부 할머니가 말하는 생생한 증언과 함께 일본 국민이 기부금을 내면서 전한 메시지도 다수 소개돼 있다.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 없습니다. 정말 적은 돈이지만,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죄와 보상의 마음을 보내고 싶습니다” “답답한 가슴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도울 일이 있다면 자원봉사라도 하겠습니다” 등의 내용이다.
보상금에는 총리의 ‘사죄 편지’도 동봉됐다. 처음 서명한 총리는 과거 일본 유족회장도 지낸 자민당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씨.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한 뒤 ‘이른바 군위안부로서 수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 양면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와 반성의 뜻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이 내용만 디지털기념관에 한국어 번역본이 있다)는 내용이다. 그 이후 10여 년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씨까지 4명의 총리가 같은 내용의 편지에 한 장 한 장 서명해 전달했다. 내가 아는 한, 한국 정부도 당초 이를 환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위안부 할머니 다수가 어디까지나 국가보상을 요구하면서 기금 활동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한 양측에 원칙을 관철하려는 지원단체도 있고 해서, 많은 할머니가 보상금 수령을 거부했다. 실은 한국에서도 보상금을 수령한 할머니가 상당수 있었지만 다수는 아니어서 총리의 편지도 많은 분께는 전달되지 않았다. 기금은 일정한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좌우로부터 공격의 표적이 된 채 2007년 막을 내렸다. 이런 경위도 내 마음이 아픈 이유다.
일본인 모두가 이 문제에 차가웠다고 오해받고 싶지는 않다. 국가보상이 아니었던 불충분한 점이 있지만 이상의 사실 만큼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법률에 얽매이지 말고 인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해결을 요구하는 당사자들은 불만이겠지만 언제까지나 이 문제를 방치해, 일한관계 전체를 흔들 수 없다는 판단에서 한 말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뭔가 반응을 보일 차례다.
日정부 진심 담아 사죄편지 전달을
그 내용은 우선, 많은 할머니의 손에 전달되지 않았던 ‘총리의 사죄’를 다시 한 번 어떤 형태로든 전달하는 노력을 하는 게 어떨까 싶다. 최근 나는 아사히신문을 통해 그런 제안을 했다. 예를 들면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하는 할머니들에게 일본 정부 대표가 마음을 담아 총리의 사죄를 전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일 분위기를 만드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한국 정부도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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