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이종훈]우리와 다른 프랑스의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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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이종훈 파리 특파원
이종훈 파리 특파원
프랑스에 특파원으로 온 뒤 처음 대선을 보고 있다. 한국처럼 프랑스도 올해 대선과 총선(6월)을 함께 치른다. 10명의 후보가 난립한 1차 투표는 4월 22일, 2명의 상위 후보가 다투는 결선투표는 5월 6일인데 한국의 선거와는 다른 점이 많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랑스는 대통령은 국민이, 총리는 의회가 뽑는 이원집정부제지만 대통령과 의회의 임기를 일치시킨 개헌(2000년) 이후에는 여당과 원내 1당이 계속 일치했다. 실제로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도 나온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그랬다. 그가 원했던 법안이나 결의안 중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반대하거나 의회에서 부결된 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런 막강한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도 사회 분위기는 놀라울 만큼 차분하다.

우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장외 유세가 거의 없다. 결선에 오를 사르코지와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는 15일 각각 파리 콩코르드 광장과 뱅센 성 광장에서 유세를 갖는다. 1차 투표까지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야외 대중유세다. 또 파리 시내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후보의 사진이 실린 대형 현수막이나 플래카드를 보기 어렵다.

신문과 방송 모두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한국과는 다르다. 사르코지는 “(국영) F2방송에는 반사르코지 인사들밖에 없다”며 대선 출마 선언과 주요 공약 발표를 친구인 마르탱 부이그가 소유한 TF1 뉴스에서만 했다. 소유주인 세르주 다소와 편집인 에티엔 무조트가 모두 사르코지의 동지인 우파 성향 르피가로지는 연일 1면 사설에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느라 분주하다. 지나친 친(親)사르코지 경향을 비판하는 기자들에게 신문사 수뇌부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라”라고 말한다. 반면 사회당 정권 탈환의 선봉에 선 르몽드와 리베라시옹지는 지면의 상당 부분을 사르코지 공약을 공격하는 데 할애하며 여론조사를 근거로 정권 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르몽드는 5일 “올랑드는 당선이 법적으로 확정되는 5월 11일 바로 취임해 업무를 시작한다”며 “그 이유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5월 18, 19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되고 이어 곧바로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이 시카고에서 열리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 “올랑드는 5월 16일 첫 국무회의에서 각료 보수 30% 삭감, 자동차 기름값 동결, 자녀 개학수당 25% 인상안을 통과시킨다”고 전했다. 리베라시옹은 5일 “사르코지의 승리를 믿는 사람은 자신과 몇 사람밖에 없다. 선거판에서 뼈가 굵은 UMP 간부부터 평당원까지 여론조사에 기적은 없다는 걸 잘 안다. 현직 대통령이 선거 수개월 전부터 수일 전까지 계속해서 진다는 여론조사가 나온 유례 없는 일”이라며 사르코지의 패배를 단정했다. 결선투표 여론조사에선 올랑드가 한 번도 사르코지에게 뒤진 적이 없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각 부처의 국장, 과장급 공무원들이 노골적으로 대선 후보를 위해 일하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언론에 따르면 이미 수십 명의 주요 부처 간부급 공무원이 올랑드 캠프를 위해 자료를 제공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대통령궁과 여당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관례상 용인한다는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지자 음모론이 나오는 건 한국과 비슷하다. 사회당과 일부 언론은 툴루즈 총기 테러 이후 연일 무슬림 과격분자가 체포되는 것에 대해 “테러 전에는 도대체 뭘 한 거냐. 알고도 안 잡은 것이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은 사르코지 부부가 “철통 보안”을 강조했던 5개월 된 딸 줄리아의 사진이 공개된 것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최근 브루니 여사의 품에 안겨 병원에서 나오는 줄리아의 사진이 파리마치지에 실리자 야당은 “대통령궁이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파리 특파원 taylor55@donga.com
#프랑스#선거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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