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피살사건으로 온라인상의 ‘차오포비아(조선족 혐오라는 뜻으로 ‘차오’는 朝의 중국 발음)’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범인이 조선족 중국인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는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글이 쏟아졌다. 소셜미디어 여론 진단 사이트 ‘소셜 메트릭스’에 따르면 ‘조선족’과 관련한 트윗은 전날 108건 수준에서 7일 2800여 건으로 급증했고 열에 아홉은 ‘무섭다’ ‘나쁜’ ‘분노’ 등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 누리꾼은 8일 모 인터넷 유머사이트에 조선족의 글로 추정되는 게시물을 소개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경찰이 출동했어도 어차피 살인을 막을 수 없었을 텐데 한국인들이 괜히 조선족을 비난하며 호들갑을 떤다”며 “조선족이 없다면 이 나라 제조업은 무너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 글에 누리꾼들은 “조선족도 죽여야 한다” 등 극도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의 우승자인 중국동포 출신 가수 백청강 씨도 오랫동안 인신공격성 악플에 시달려 왔다. 그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로 조선족이 무조건 범죄자, 잠재적 살인자라는 편견이 번질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최근 미국 오클랜드 주에서 일어난 한국계 미국인의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미국 사회가 보인 반응은 한국과는 딴판이었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지만 대부분의 언론과 누리꾼은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할 뿐 한인에 대한 직접적 반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진 쿠안 오클랜드 시장은 “한국계 커뮤니티에 일어난 엄청난 비극”이라며 “우리는 이들과 가족들을 따뜻하게 감싸줘야 한다”고도 했다. 과거 조승희의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미국은 “총기 소유 허가 등 미국 사회의 문제가 낳은 결과”라며 오히려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 사회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다문화사회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필리핀 출신인 새누리당 비례대표 이자스민 후보 등 외국 출신 정치인 탄생도 기대해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차오포비아’를 경계하고 조선족과도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는 한국이 여전히 소수의 문제를 집단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오류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누리꾼들이 보인 ‘차오포비아’는 말로만 ‘다문화’를 외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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