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像 다시 세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112 신고는 119 구조요청과 함께 국민의 생명선과 같다. 경찰서와 소방서의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 여부에 따라 사람이 살기도, 죽기도 한다. 2일 수원에서 살해된 여성은 경찰이 신고만 제대로 처리했다면, 탐문수색만 철저히 벌였다면 살릴 수도 있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누군가가 그런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과연 경찰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생긴다.

처음 신고전화를 접수한 경찰관은 112 근무에 필요한 기본교육도 이수하지 않았다. 그는 사건현장이 ‘집 안’이라는 중요한 사실도 빼먹었다. 무능보다 더 나쁜 것은 무성의다. 출동한 경찰의 탐문수색은 형식적이었다. 현장 주변 상가와 주택 거주자 태반이 경찰의 방문이 없었다고 밝혔다. 현장 경찰팀장은 112신고센터가 신고자의 휴대전화 기지국을 확인해 탐문 범위를 좁힌 새 지령을 내렸는데도 무시했다. 피해자 언니가 애가 타서 현장을 찾았으나 경찰은 차에서 졸고 있었다고 한다. 그 사이 피해자는 6시간 넘도록 애타게 경찰의 구조를 기다렸다.

경찰은 당초 신고전화가 15초에 불과했고 사건 당일 밤 경찰관 35명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고전화는 7분 36초나 켜져 있었고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은 6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 체계도 엉망이었다. 담당 경찰서장은 사건 다음날 오전에야 보고받았고 경기경찰청장은 신고전화 녹취록이 7분 36초에 이른다는 사실을 사건 발생 6일 만에 보고받았다.

개인이 원칙적으로 총기를 소지할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치안은 전적으로 경찰의 손에 맡겨져 있다. 흉악범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경찰은 존재 의미가 없다. 경찰은 지난 1년 가까이 검찰과의 수사권 다툼에 골몰해 왔다. 경찰 본연의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조현오 경찰청장과 서천호 경기경찰청장이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만 경찰 수뇌만 바꾼다고 경찰상(像)이 바로 서는 것은 아니다. 새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경찰은 민생치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사설#수원성폭력사건#경찰#경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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