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로기구(IHO) 총회가 5년 만에 모나코에서 23일부터 열린다. 우리의 관심사는 세계 지도 제작의 표준이 되는 ‘해양과 바다의 명칭과 경계’의 동해 명칭 표기 문제다. 이 세계지도는 1953년 제3판 발간 후 59년간 개정 신판(新版)이 나오지 않아 회원국들의 갱신 요구가 높다.
동해에 대한 표기 전쟁은 1923년 일본이 동해 명칭을 일본해로 IHO에 등록함으로써 시작됐다. 이후 광복 때까지 IHO가 발행한 세계지도나 해도에 동해는 줄곧 일본해로 표기됐다. 한국은 1957년 IHO 회원국으로 가입한 후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동해와 일본해 병기(倂記)를 주장해 왔다. 2002년 IHO는 제4판에서 일본해 표기를 삭제하고 IHO 이사회 투표에 부치도록 했으나 일본의 외교력 탓에 투표가 중지됐다. 그 후 IHO는 한일 양국이 협의해 결정안을 보고토록 했으나 양국의 입장 차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질학적으로 약 1700만 년 전 일본 열도는 유라시아대륙의 일부로 한반도와 붙어 있었다. 판구조운동으로 일본 열도가 한반도에서 조금씩 분리되면서 약 1500만 년 전 동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동해가 열리면서 일본 열도는 떨어져 나갔다. 동해가 갈라지는 과정에서 울릉도와 독도 같은 화산섬이 만들어졌으며 동해 해저 여러 곳에서 화산암류들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울릉도와 독도는 동해에서 유일하게 해수면 위에 분포하고 있는 화산섬으로 동해의 지질 역사를 잘 간직하고 있어 동해 형성 연구의 열쇠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울릉도 화산섬 밑에서 약 12만 년 전에 형성된, 지구상에서 가장 젊은 화강암질 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동해는 면적 130만 km², 평균 수심 1350m인 큰 해양의 축소판인 미니 해양이다. 동해는 태평양 크기의 0.6%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해양에서 일어나는 해수준의 변동, 해수의 수온과 염분에 의해 일어나는 밀도류 등 모든 해양현상이 일어나는 해양의 교과서와 같은 곳이다. 생물자원의 보고(寶庫)임은 물론 동해 해저에서는 메탄하이드레이트와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의 매장도 확인됐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의 해저 저장에 이상적인 해저 지층 지질구조도 확인됐다. 동해는 주변 육지의 기후와 생물 활동, 식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해는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간 지정학적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은 북한 나선특구를 통해 동해로 바닷길을 열려고 노력하고 있고, 두만강 변 국경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이해관계도 첨예하다. 일본은 한반도의 고유영토인 독도에 대해 생트집을 잡고 있다. 이를 통해 동해 명칭 제자리 찾기의 중요성과 동해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한민족의 명운과도 이어져 있는 동해의 명칭 표기 문제에 우리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에는 우리 민족의 혼과 얼이 살아 숨쉬고 있다. 동해는 분명 동해다. 우리는 일본 도야마 앞바다를 동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동해는 분명 일본인에게 서해에 해당될 것이다. 포항 앞바다가 어찌 일본해일 수 있는가?
동해처럼 두 나라가 바다를 공유할 경우 명칭을 병기할 수 있다는 1974년 IHO 결의안에 근거한 2002년 우리 정부의 주장은 상호 존중에다 국제적 합리성이 높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IHO 총회에서 미래 지향적인 한일관계 정립을 위해 국제사회가 공인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양국 대표단과 외교력에 기대해 본다. ‘해양과 바다의 명칭과 경계’ 제4판 세계지도에 동해 병기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