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충북도청 청사에 특별한 공간이 생겼다. 서관 1층의 ‘꿈드래 카페’로 도청에 근무하는 직원과 청사를 방문하는 도민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는 이곳은 장애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카페 한쪽에서는 쿠키와 각종 차, 천연염색 머플러, 친환경 비누와 티슈 등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제품을 전시 판매한다. 향긋한 커피와 아늑한 분위기로 늘 빈자리가 없을 만큼 도청 내 명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 참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누구나 직업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고 경제적 안정을 누릴 권리가 있다. 장애인도 예외가 아니다. 능력과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직업을 찾아 지도와 훈련을 제공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장애인복지법에 규정돼 있지만, 그간 장애인 고용 확대의 노력은 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경증장애인 위주로 이루어졌고 지적장애, 자폐 등 발달장애인과 뇌성마비장애인 등 중증장애인이 직업적으로 재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은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 또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생산품의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많았고,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관심의 저조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구매 실적도 많지 않은 실정이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8년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특별법’을 제정토록 했다. 국가기관과 지자체, 시도교육청, 공공기관에서 총 구매액의 1%를 중증장애인 생산품과 서비스로 우선 구매하도록 의무화했다. 판매 활성화를 위해 생산시설 지정과 홍보 및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KS나 ISO, 친환경 등의 품질인증을 받도록 돕는 등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생산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복사용지, 잉크, 종이컵, 빵과 과자, 볼펜이나 지갑 등 기념품을 비롯해 병원이나 호텔의 세탁업, 청소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꿈드래’라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브랜드를 개발해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널리 알리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장애인이 만든 상품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비자와의 신뢰 구축을 통해 지속적인 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각 지역에 꿈드래 브랜드 상품의 매장을 확대하고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직거래 장터를 활성화하는 등 손쉽게 장애인 생산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260개에 이르는 생산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여기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는 6125명에 이른다. 이를 통해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얻고 경제적 자립을 이뤄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일은 제32회 장애인의 날이다.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민간에서도 중증장애인 생산품을 믿고 구매해 더 많은 장애인이 직업을 통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향유하는 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 장애인과 더불어 행복한 사회,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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