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욕쟁이’ 자처한 김용민, 국민 모독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6일 03시 00분


여성과 노인을 비하하고 교회를 모독하는 성적(性的) 막말로 4·11총선에서 낙선한 ‘나꼼수’ 패널 김용민 씨가 다시 저질 본색을 드러냈다. 김 씨는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갑 선거구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떨어지고 나서 13일 블로그에 ‘야권연대 선거 패배의 중죄인’이라고 자책하는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메이저 언론, 일부 교회 세력과 “정말 잡놈처럼 싸워 보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한다. 근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총선 막바지에 과거의 저질 발언이 노출되자 표의 이탈을 막아 보려고 “이 순간부터 지난 과거를 반성하면서 모두 짊어지고 갚으며 살아가겠다”고 사과했다. 노인정에 찾아가 눈물을 흘리고 교회 목사인 아버지로부터 공개적인 안수기도를 받았다.

그러나 유권자를 속이는 쇼는 오래가지 않았다. 김 씨는 사과한 지 하루 만인 14일 밤 트위터에 “국민 욕쟁이로 영업을 재개하겠다”고 홀연히 말을 바꿨다. 그는 “이제 제가 무슨 욕을 해도 대중은 놀라지 않는다. 이 특권으로 서럽게 사는 사람을 대리해 할 말을 하겠다”면서 “낙선자의 근신은 끝났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트위터 계정 이름도 ‘국민 욕쟁이 김용민’으로 바꿨다.

수준 이하의 저질 막말을 입에 달고 사는 김 씨가 ‘국민 욕쟁이’를 자처한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다. 그냥 ‘막말 포르노’를 속개하겠다고 하면 되지, 왜 그 앞에 국민을 붙이는가. 국민 배우, 국민 가수, 국민 여동생 같은 헌사(獻辭)를 받은 인기인 중에 스스로 국민이라는 모자를 쓴 사람은 없다. 모두 팬이나 언론이 붙여준 것이다. 버릇없는 저질 욕쟁이가 어디 감히 국민을 함부로 들먹이는가.

지난 총선에서 김 씨의 저질 막말과 민주당이 김 씨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지 않은 것이 민주당에 최대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민심이 김 씨의 막말을 거부한 것이다. 교도소에 갇힌 사람의 말만 듣고 아무런 검증도 없이 김 씨를 공천한 민주당의 문제가 심각하다. 김 씨도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자숙하는 것이 정상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상임고문 등도 총선 때 ‘나꼼수’ 지지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김 씨를 감쌌다.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만큼 이제 분명한 태도를 밝히기 바란다. 일시적으로 ‘나꼼수’의 인기에 휩쓸린 젊은층도 김 씨의 위선적이고 저열한 행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김용민#나꼼수#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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