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자스민 씨에 대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현상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필리핀 출신인 이 당선자는 한국인 항해사와 결혼해 한국으로 귀화한 뒤 영화 ‘완득이’에 출연하고 서울시 외국인 공무원 1호로 임용돼 다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인터넷에는 그에 대한 학력위조 의혹과 함께 ‘매매혼으로 팔려온 ×’ ‘우리 역사도 모르면서 국회의원 한다고 까분다’는 식의 인종차별적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또 불법체류자에 대한 무료의료 지원이나 다문화가정 자녀 대학 특례입학, 외국거주 가족 한국초청 비용 지급 등 ‘이자스민 공약’이 떠돌아다닌다. 그가 공약으로 제시한 적이 없는데도 증오를 증폭하기 위해 누군가 날조한 것으로 의심된다.
다문화사회 진입은 우리가 선택하고 말고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21세기는 정치와 이데올로기는 물론이고 국가의 구성 요소인 국민까지 융합하는 시대다. 세계화의 진전, 교통 및 통신수단의 발달로 많은 이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살아간다. 한국은 세계를 향한 진취적 도전과 개방성으로 번영을 이루어냈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1000만 명을 헤아리는 한민족이 다른 민족, 다른 인종과 섞여 살고 있다. 우리 국토 안에도 100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이 우리 국민과 어울려 살아간다. 귀화해 우리 국적을 가진 외국계 한국인을 야비하게 배척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은 코리안이 제삼국에서 그런 악행(惡行)을 당하면 무어라 말할 것인가. 편협한 외국인 혐오증으로는 경제 발전도, 나라의 미래도 도모할 수 없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산업인력과 신붓감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에서 외국인 유입은 불가피하다. 외국인 인력이 없으면 산업현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힘들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 외국 인력을 충분히 데려다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입에 소극적이었다가 경제 활력을 잃고 있는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만 명이 넘는 결혼이주자가 경제적 언어적 어려움 속에서 이류시민 취급을 받고 있다. 이념과 정당이 달라도 외국인이라고 배척하는 나라는 선진 문명국이라고 할 수 없다. 인종차별적 편견을 거두고 이자스민 씨를 정치인으로 정당하게 평가해야 성숙한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