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14일 유럽에서 ‘경제적 위기로 인한 자살’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실업이나 사업 실패로 절망한 사람들이 삶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은 사람들, 특히 경제학자들은 개인의 자살보다 더 큰 문제는 유럽 대륙 전체를 경제적 자살로 이끄는 유럽 지도자들의 결단이라고 여길 것으로 확신한다.
몇 달 전만 해도 나도 유럽에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 지난해 가을 유럽은 금융 붕괴 직전 상태인 것처럼 보이면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에 해당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구원에 나섰다. ECB는 유럽 은행들에 담보물 정부채권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은행의 대출 한도 제약을 풀어줬다. 직접적으로 은행에 돈줄을 대고 간접적으로 정부를 지원함으로써 공황에 빠지는 것을 막았다.
당시의 쟁점은 이런 효율적인 조치가 광범위한 유럽 경제위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 혹은 유럽 지도자들이 ECB가 숨통을 틔워준 여유를 활용해 파멸에 이르는 기존 정책을 재고할 것인지 등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대신 실패한 정책과 아이디어에 전념했다. 그러면서 방향을 바꾸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위기의 중심에 있는 스페인을 보자. 스페인 불황은 최고조에 이르러 있다. 전체 실업률이 23.6%인데 이는 대공황 때 미국의 실업률과 맞먹는다. 청년 실업률은 50%를 넘는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스페인의 대출 비용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스페인의 국가재정이 헤펐기 때문이 아니다. 도덕적 해이 문제도 아니다. 위기 직전 스페인 부채는 낮았고 예산도 흑자였다. 불행히도 주택시장 거품이 심했다. 그 거품은 독일 은행이 제공한 대규모 대출금이었다. 거품이 터지자 스페인 경제는 고립됐다. 스페인의 재정 문제는 경기 침체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도 ECB가 있는 프랑크푸르트나 베를린의 처방은 재정긴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긴축 프로그램은 침체된 경제를 더 깊은 불황에 빠지게 한다. 또 대출 비용을 절감하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대안이 뭐가 있을까. 1930년대 유럽이 경제 회복을 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금본위제 폐지였다. 지금으로선 유로존 탈퇴와 옛 자국통화로 돌아가는 것이 당시와 비슷한 움직임이 될 수 있다. 혹자는 이를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적인 분열로 이어진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대공황 시대 수준의 실업으로 고통받는 국가에 대한 강도 높은 재정긴축 조치야말로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유럽 지도자들이 진정으로 유로존을 살려내고 싶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 대안은 꽤 분명하다. 유럽은 좀 더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 ECB는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한다. 독일도 스페인을 비롯해 재정문제를 겪는 주변국을 도와야 한다. 이런 정책이 추진되더라도 주변국들은 몇 년간 힘든 시기를 보낼 테지만 적어도 경제회복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유럽 지도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채택한 것은 엄격한 재정긴축을 적용한 재정조약 합의였다. 그러는 동안 ECB의 주요 관리들은 조금이라도 인플레이션 기미가 보이면 금리를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절망감이 든다. 유럽 지도자들이 유럽 경제와 사회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기로 작정한 듯하다. 전 세계가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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