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휘종]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 외국의료기관 없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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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0일 03시 00분


한휘종 을지대 의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한휘종 을지대 의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17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 요건 및 허가 절차와 관련한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로써 지난 10년간 지지부진했던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으로 기존 국내 보건의료체계를 흔드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 문제를 부작용 측면에서만 바라보기에는 의료서비스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너무 변하고 있다.

인베스트 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투자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의 가장 큰 불만사항 중 하나가 의료 환경이다.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려면 외국인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정주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외국인 친화적 의료서비스, 즉 외국의료기관이 설립돼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의료서비스의 산업적 측면도 중요하다. 합리적인 가격 대비 양질의 서비스를 이유로 북미와 유럽 등의 국가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유입되는 해외 의료관광객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관상동맥우회 수술의 경우 미국이 동남아시아보다 5∼10배 비싸 미국 보험회사들이 수술비는 물론이고 비행기표, 호텔비, 관광코스 등을 제공하며 환자들의 해외의료관광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세계 의료관광시장 규모는 2012년 1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에서 태국이 2010년 기준 156만 명 이상을 유치해 멀찌감치 앞서 있고, 싱가포르와 인도가 연간 70만 명 수준으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 해외환자 11만 명을 유치했다. 뒤떨어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이 뛰고 있는데 대표적인 전략은 존스홉킨스대나 하버드대 병원 등 세계적 수준의 병원과 연계한 외국의료기관 설립 추진이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투자개방형 의료기관 설립을 위한 제도적 여건이다. 우선 개원 초기에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병원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비영리 의료기관 체제에서는 이런 투자 재원 마련이 어렵다. 둘째, 스타급 해외 의료진이 국내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투자개방형 병원이 생기면 의료 양극화가 심화되고 우수한 국내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는 이런 병원으로 옮겨가 의료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추진되는 투자개방형 병원은 경제자유구역 내에서만 설립이 허용되므로 국내 일반 환자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까운 병원을 두고 외국의료기관에 몰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 가까운 병상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병원들을 두고 의료공백 사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기우 아닐까.

외국의료기관 도입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분명한 것은 기존에 ‘내국인들만 이용하는 공공재’로 인식됐던 의료서비스가 글로벌화에 따라 많은 외국인이 이용하게 됐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산업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 외국인 의료기관 하나 없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설립을 위한 이번 법령 개정이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고 국내 의료서비스 산업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한휘종 을지대 의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의료서비스#투자개방형 병원#의료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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