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0일 남북한과 중국 관계에 대해 “북한은 중국이 북한을 제치고 한국과 손잡는 상황을 기분 나빠한다. 지금 북한이 속상해하는 걸 보면 ‘통중봉북(通中封北)’이 맞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말대로 중국이 한국과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에 로켓 발사 중단을 요구하면서 이례적으로 민생을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중국이 최근 탈북자 5명을 서울에 보낸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우려가 생긴다. 중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찬성했지만 여전히 남북한을 동시에 겨냥해 냉정과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 정권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않도록 하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전략이다.
중국은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 위반을 비난하는 대열에 합류했지만 마지못해 동참한 인상을 준다. 20일 시작된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의 베이징 방문은 김정은 등장 이후에도 여전히 돈독한 북-중 관계를 보여준다. 김정은의 방중을 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김영일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중은 60년이 넘도록 혈맹(血盟)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군과 맞닥뜨리지 않는 완충지대로서, 한국과 미국을 견제하는 지렛대로서 북한의 존재를 높이 사고 있고 북한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 내부의 작은 변화를 확대 해석해 ‘통중’이라고 과신(過信)할 일이 아니다. 전체적인 안보 현실에 대해 냉정한 분석이 요구된다.
이 대통령의 낙관적인 중국관(觀)은 미국의 인식과도 대비된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15일 공개한 신형 장거리 미사일 운반 차량과 관련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의원들도 중국이 북한에 미사일 발사 차량을 지원했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대응책을 촉구했다. 중국이 3월 말∼4월 초에 약 800대의 군용 지프를 북한에 수출한 사실도 밝혀졌다. ‘봉북’이 사실이라면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대통령이 올해 말 5세대 지도부에 권력을 넘겨주고 떠나는 후 주석의 외교적 발언을 과신하다간 객관적인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