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3년 전인 2009년 4월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김상곤 후보가 당선됐다. 김 후보를 지지했던 야권은 모처럼 들뜬 분위기였다. 이전까지 야권은 선거마다 패배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의회 106개 의석 가운데 4석을 얻는 데 그쳤다. 나머지는 한나라당 차지였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도 참패했다.
야권연대, 무상 시리즈, 反MB
야권이 주목한 것은 김 후보의 선거전략이었다. 당시 선거에는 이른바 진보 진영에서 2명의 후보가 나왔고 보수 쪽에서 4명이 출사표를 냈다. 김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직전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선거 결과 김 후보는 전체의 40.8%를 득표했다. 보수 후보 4명은 59%를 얻고도 표가 분산돼 교육감 자리를 내줬다. ‘야권연대’의 승리였다. 뭉치면 이길 수 있다는 사실에 야권은 고무됐다.
김 후보는 핵심 선거공약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내세웠다. 교육감에 당선되면 초등학교부터 먼저 실시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무상의료’로 이어진 ‘공짜 시리즈’의 출발점이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MB(이명박)교육 심판’을 앞세웠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1%의 특권층을 위한 자사고와 특목고 등의 확대를 추진해 공교육을 붕괴시켰다”며 “이 대통령은 당장 바꿀 수 없지만 ‘MB교육’은 지금이라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를 승리로 이끈 ‘야권연대’ ‘무상 시리즈’ ‘반(反)MB’라는 3대 전략은 이후 야권의 ‘승리공식’으로 채택됐다. 특히 수도권에서 위력이 대단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압승을 이끌어냈고, 작년 10월 서울시장 선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박원순 박영선 두 야권 후보가 단일화를 한 뒤 ‘반MB’를 앞세워 당선됐다.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취임한 뒤 첫 업무는 서울시 초등학교 5, 6학년의 무상급식 예산지원안 결재였다. 이번 4·11총선에서도 야권은 같은 전략으로 일관했다. 민주통합당은 저질 막말의 ‘나꼼수’와 손잡으며 반MB 정서 확산에 몰두했고, ‘종북(從北)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통합진보당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야권연대에 집착했다.
하지만 3대 승리공식의 유통기한은 끝나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의 도덕성은 크게 추락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했음이 선거 전후에 잇따라 드러났다. 성추행 전력이 있거나 성폭행 은폐에 가담한 의혹이 있는 사람이 지역구 후보로 공천되거나 비례대표 당선권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노선의 진보성이 도덕성의 수준이나 인격의 성숙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권연대와 도덕성은 이제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야권연대에서 도덕성을 빼고 남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권력 욕심뿐이다. 유권자들이 선뜻 표를 줄지 의문이다. 야권연대의 뿌리 깊은 종북 성향 역시 두고두고 득표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大選에선 실력으로 승부하라
‘무상 시리즈’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변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지난달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1%가 ‘정치권의 복지공약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세금 인상이나 국채 발행 없이는 복지공약 예산 마련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응답도 73.5%에 이르렀다. 유권자들이 복지공약에 점차 냉정해지고 있다. 정권심판론으로 포장한 ‘반MB’의 총선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3대 승리공식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김상곤 교육감은 지난 3년 동안 이렇다 할 업적을 내지 못했다. 2011학년도 경기도 고교생의 수능시험 평균점수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언어 11위, 수리 가 5위, 수리 나 14위, 외국어 9위에 그쳤다. 지난해 치러진 전국 학업성취도평가에서도 경기도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다른 시도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학교폭력에서도 경기도는 나아지지 않았다. 학교마다 설치돼 있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심의한 2010년 평균 폭력 건수는 고등학교의 경우 경기도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분노’와 ‘공짜’만으로는 좋은 교육을 이끌어낼 수 없음을 김 교육감이 입증했다고나 할까.
대통령 선거를 향한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야권은 2007년 대선에서 패해 정권을 내놓았을 때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실무적 능력이 부족했다고 자성했다. 쇄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진보의 재구성’이 야권의 화두였다. 그러나 어느새 그런 각오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끼리끼리 정치’ ‘증오의 정치’ 같은 손쉬운 방식으로 치닫고 말았다. 12월 대선에선 야권이 미래를 위해 국가를 어떻게 운영해나갈지를 놓고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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