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소득 전문자영업 탈세, 처벌 강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6일 03시 00분


국세청이 서울 강남의 여성전문병원장의 자택에서 24억 원의 현금 뭉치를 찾아냈다. 그는 비보험 고액 진료비를 현금으로 받아 수입을 신고하지 않는 수법으로 45억 원을 탈루해 19억 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이 지난해 고소득 자영업자 596명을 조사해 추징한 세금은 3632억 원, 1인당 평균 6억 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루 적발 사례들을 매년 두 차례 발표하지만 탈세 근절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국세청이 종합소득세와 법인세를 세무조사하는 비율은 우리보다 지하경제 규모가 작은 미국 일본의 절반이 안 된다. ‘잘 피하기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역외(域外)거래를 활용하는 고단수 탈세를 적발하는 국세청의 능력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국세청은 약 40%인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루 비율을 언제까지 얼마로 낮출지 목표를 밝힐 필요가 있다. 값을 깎아주는 대신 현금 결제를 유도해 탈세를 하는 수법이 보편화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대책도 시급하다.

조용주 변호사가 2009년 서울 5개 법원이 선고한 120건의 조세범 사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 판결을 내린 사건은 전체의 7.5%인 9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와 고소득전문직이 탈세한 경우 강력한 처벌을 가하도록 60년 묵은 조세범처벌법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5억 원이 넘는 탈세 등에 대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돼 7월부터 시행되지만 이 정도로는 약하다. 초범이나 사업 실패에 따른 탈루와 체납은 구제하더라도 상습범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미국 국세청(IRS)은 탈세라면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린다.

개정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이용법이 3월 말 시행되면서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 2000만 원 이상의 금융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으로 추정되는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을 일부 허문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국세청은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와 변칙적인 상속·증여를 적발해내는 성과를 올려야 한다.

재정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국세청이 탈루 방지와 세원(稅源) 확대 등 할 일이 많다. 그렇다고 과거와 같은 세금 할당이나 과잉 과세로 납세자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 세금을 거두는 과정에서 정치적 접근이나 국세청의 위세 과시를 위한 과잉 과세가 사라져야 납세 행정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사설#탈세#고소득 자영업자 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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