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당명을 ‘진보당’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통합해 만든 이 당은 약칭으로 ‘진보당’을 희망했으나 진보신당이 먼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보당’을 약칭으로 등록하는 바람에 통진당으로 불려왔다. 이번 총선에서 정당투표 지지율 2%를 넘지 못한 진보신당의 정당 등록이 취소되자 통진당은 아예 당명을 진보당으로 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당헌 당규 개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우리 헌법정신을 준수하는 정당인지 의심될 만큼 종북(從北) 노선이 두드러진 통진당이 1956년 공산주의를 배격하며 창당됐던 진보당의 이름을 쓰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진보당은 독립운동가 출신 죽산 조봉암이 주도해 복지사회 건설을 목표로 만든 온건 사회민주주의 정당이다. 죽산은 이승만 정부로부터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사법 살인의 희생자’여서 지금도 한국 정치사에서 종종 거론된다. 지난해 대법원은 진보당 사건에 대해 “사유재산제, 시장경제 체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았으므로 헌법 질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이었다”는 판결로 죽산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이에 비해 통진당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등 북한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정체성이 전혀 다르다. 강령에는 기간산업 국공유화, 실업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 대한 차별 금지 등을 추구한다고 밝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동의하는지도 의문이 든다. 이런 통진당이 과거 진보당의 이미지를 이용하기 위해 당명을 바꾸는 것이라면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이 당의 김선동 의원은 그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체제와 새 지도자에 대한 훈계, 중국을 통해 북한을 봉쇄한다는 발언으로 북한 권력을 자극하고 있다”며 오히려 우리 정부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장본인이다. 이번 총선에서 통진당 당선자와 비례대표의 상당수가 김 의원처럼 북한의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했던 주사파 출신이거나 주사파 출신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진당이 진보당으로 간판만 바꿔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를 통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종북 세력들이 어떤 일을 벌일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