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각수]인적교류 늘려 日동북지방 부흥 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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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6일 03시 00분


신각수 주일 대사
신각수 주일 대사
17일 일본 후쿠시마 현 스카가와(須賀川) 시를 방문했다. 대사관이 3·11 동일본 대지진 1년을 맞아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스타들이 기부한 애장품 경매를 통해 조성한 지원금을 피해지역 초등학교와 이재민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의 밝은 모습은 피해지역에 큰 희망을 주고 있었다.

3·11 동일본 대지진은 리히터 규모 9.0에 달하는 거대 지진으로 최고 40m에 이르는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겹친 미증유의 3중 복합재해였다. 2만 명의 희생자와 수많은 부상자, 피난민, 그리고 막대한 재산피해를 남겼다. 여전히 34만 명의 이재민이 가설주택에 살고 있다.

지난해 6월 초 부임하자마자 미야기, 후쿠시마, 이와테 등 동북 3개 현의 주요 피해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다. 현장에서 본 피해 상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처참했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지역은 배가 건물 위로 올라가 있었고 자동차가 종잇장처럼 구겨진 채 버려져 엄청난 대자연의 위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1년 전의 처참한 모습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쓰레기 더미가 여러 개의 산을 이루고 있었고 사고 원전은 원자로 해체까지 40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원전 반경 20∼30km 내의 지역 주민은 앞으로 오랜 기간 귀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북지역 주민들은 근거 없는 소문으로 관광과 농수산업에 큰 피해가 발생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엄청난 대재난 앞에서도 일본 국민은 침착하고 질서정연하게 대응해 세계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원전이 멈춰 전력이 모자라는 가운데 15% 절감 목표를 초과 달성해 전력난을 극복했다. 공급망이 붕괴돼 어려움을 겪던 제조업도 빠른 시간에 복구를 끝내 정상화됐다. 사고 원전도 작년 말로 냉온 정지상태에 들어가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일본 정부도 동북지방의 복구와 부흥을 위해 새로 부흥청을 설립하고 총 21조 엔의 특별예산을 편성해 복구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유행한 한자어는 유대를 의미하는 ‘기즈나(絆)’였다. 일본은 참화를 계기로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풍조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도 일본인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일본 지방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 국민의 따뜻한 지원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한다. 우리가 가장 먼저 구조대를 보내고, 사상 최고액을 모금하고, 많은 자원봉사자가 말없이 피해지역에서 구슬땀을 흘림으로써 일본인의 마음속에 ‘더불어 사는 이웃’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이러한 참된 마음의 교류는 한일관계를 21세기의 건설적 파트너십으로 변화시키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5월 한일 정상이 합의한 ‘동북지방의 부흥과 관광 지원을 위한 한일 파트너십’을 착실히 실천하고 있다. 이미 정부 및 대사관 대표단이 두 차례 현지에서 지방정부와 협의를 개최했다. 인천∼센다이 항공 운항이 재개됐고, 잠정 폐쇄됐던 관광공사 센다이지사도 다시 설치돼 관광부흥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국민도 계속 따뜻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까운 이웃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근거 없는 풍문에 현혹되지 말고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하루 빨리 인적 교류가 회복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신각수 주일 대사
#기고#신각수#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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