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1총선이 끝나자마자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12월 19일 대통령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도발은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아울러 중국으로 탈북하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침해 문제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3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와 탈북자 문제’를 주제로 토론했다. 》 ―4·11총선이 끝난 이틀 뒤 13일 오전에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했습니다. 2분 15초 만에 공중폭발했지만 후유증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연일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사와 정부 기관에 타격을 가하겠다고 공갈성 협박을 하고 있습니다. 호전적인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어떤 시각에서 보도해야 할까요.
이진강 위원장=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은 국제 정치 외교상의 복잡한 문제와 더불어 국내의 좌우 이념대결이 아직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독자들은 북한의 3대 세습 문제, 탈북자 문제, 장거리로켓 문제 등을 자세히 모르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줌으로써 남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보도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최영훈 스탠더드에디터=북한에 관한 고급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과연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보도했는지는 성찰이 필요합니다.
김동률 위원=북한 상업주의가 문제입니다. 북한에 관한 언론보도는 확인이 잘 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에서 떠도는 유언비어가 아무런 여과 없이 지면에 반영되면서 오보가 양산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국 단둥에서 북한 어린이를 죽이고 부녀자를 임신시켰다는 등 북한 정보가 부족한 것을 악용하는 일부 세력에 의해 루머가 대량생산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언론이 북한 상업주의에 휘둘리면 안 되는 이유죠. 언론은 북한 상업주의에 대한 철저한 검증으로 오보를 경계해야 합니다. 또 역사적인 맥락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통사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보면 우리 민족은 헤어졌다가 합치는 과정을 거치잖아요. 결국은 한민족 공동체라는 인식을 전제한 보도가 절실합니다.
이주향 위원=24만 t의 미국 식량 지원이 끊기고 어렵게 물꼬를 텄던 북-미 대화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는 것은 북한 내부용으로 써야만 했던 절박한 요인이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민생보다는 체제를 위에 두는 독재 전형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죠.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놓을 것인지, 원수로 놓을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을 대화 상대로 본다면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 미사일 발사 비용으로 발표된 8억5000만 달러(약 9643억 원)라는 액수도 북한에서 나온 정보가 아니고 한국 정부 발표를 통해서 나온 것이라서 이 액수의 정확성 여부 등 객관적인 사실도 언론이 검증을 해야 합니다.
박태서 스탠더드에디터=온라인에서 북한 상업주의가 흥미 위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통일 이후에 같이 살아야 할 사람들이라는 인식보다는 북한 권부 내의 확인되지 않은 말초적인 일에 관심이 쏠리는 것입니다. 김정일 기쁨조 등이 독자에게 어필하니까 온라인에서 그런 뉴스를 서비스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이 위원=이명박 정부는 대북 창구도 없지만 대북 정책도 실종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치와 인도적 지원은 별개라고 강조했던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식량지원 중단 발표를 한 것도 문제예요.
이 위원장=김정일 유훈으로 김정은을 추대하는 것을 보고 민주국가의 시각에서 보면 북한 주민이 왜 김정은 체제를 수용하고 인정하는지 이해가 안 되죠. 그리고 남북의 이질감 등 해소해야 할 남북통일 저해 요인을 언론이 나서서 조목조목 짚어줘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좀 미흡했죠.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너무 언론이 상세하게 보도하면 북한 측에서 ‘우리 체제를 부정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그 ‘분노’를 언론사에 대한 테러위협으로 분출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김 위원=대북 문제의 국정 관리는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한목소리(one voice & consistency)가 필요합니다. 북한의 현 상황은 분명히 경계해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아마추어리즘에서 탈피해 ‘one voice & consistency’를 지향해야 하고 식량지원 등 인도주의적 지원은 재개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바꾸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으로 봅니다.
―중국에 체류하던 탈북자들을 중국 당국이 강제 북송해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도 한국 사회에서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권 보호와 탈북 문제를 조화시킬 수 있는 해결책도 필요하죠.
최 스탠더드에디터=동아일보가 올 2월에 탈북자의 강제 북송을 가장 먼저 기사로 다뤄 국제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탈북자들’을 고려하면 탈북자 강제 북송을 보도하는 데 있어서 여러 고민이 없을 수 없습니다.
이 위원장=탈북자 문제는 사랑의 마음으로, 인도주의적으로 해야 한다는 큰 틀에는 동의합니다만,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은 별개죠. 북한 정권은 먹고살 게 없어서 굶주리고 죽어가는 주민을 생각한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로켓을 쏘는 ‘벼랑 끝 전술’은 그만둬야 합니다. 탈북자가 중국에 들어올 경우 중국이 비록 난민협약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무한정 탈북자를 받아들일 수는 없을 거예요. 중국과 북한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또 한국에서 지나치게 요란하게 벌어지는 탈북자 캠페인은 자칫 앞으로 탈북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이미 탈북해 중국에 체류하는 사람들을 해코지할 빌미를 줄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도우려고 하다가 되레 돕지도 못하고 인도주의에 역행하게 되는 부작용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 위원=정치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탈북자 문제는 진보진영에서도 아무 말도 안하고 있잖아요. 탈북자 문제는 정치인들을 배제하고 탤런트 차인표 씨의 경우처럼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진정으로 탈북자를 위해 울어줄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지원 중단은 남북의 불신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 역학적인 문제와 별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위원장=탈북자 문제는 은밀하고 조용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에서 해외 비정부기구(NGO)를 활용하거나 대북 전문가들과 협의해 탈북자 문제에 접근해야 하고 탈북자를 국내로 들여오더라도 몇 명이 들어왔는지 등을 비밀에 부쳐야 합니다.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넘어오려고 하는데 우리가 특공대식으로 탈북자를 데려오자”는 발상은 위험합니다.
김동철 스탠더드에디터=한 탈북자는 “탈북자 문제는 떠들지 말고 오히려 보도하지 않는 게 낫다. 중국에 나와 있는 몇 명을 구하려다 미래의 탈북자들을 망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장거리로켓 발사는 총선에서 큰 이슈가 되지 못했죠. 과거보다 한국 선거에 북한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증거입니다. 과거 정치권이 북한 문제를 선거에 활용한 것을 유권자들이 학습효과를 통해 이미 알고 있어서 12월 대선에서도 당선을 좌우할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위원장=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풍’이 위력을 떨치던 시대가 지나고 오히려 ‘역북풍’이 불 정도로 한국사회가 성숙했죠. 동아일보는 불어올지도 모를 북풍을 예의주시하면서 과거 정치권이 북풍을 선거에 이용한 오명을 불식하고 한국 사회의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리=여규병 기자 3spring@donga.com 양충현 기자 c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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