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정치’ 융합 중인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8일 03시 00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해 6월 1일 임용되면서 “융합과학기술대학원(융대원)은 2년밖에 안 되는 신생 조직이고 융합 학문은 정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서울대에서 모범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언은 뜻밖에도 정치 사회 비판이었다. 그는 “지도층이 부패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사실을 역사 교훈에서 알 수 있다”며 “한국은 지난 10년간 사회격차가 너무 심하게 벌어졌는데 기득권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첫날부터 정치적 발언을 했다.

융대원은 기초과학과 인문사회과학, 의학과 공학 등 학제 간 통합교육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2009년 국내 최초의 융합과학 대학원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융대원은 대학원의 성과보다 안 원장의 행보로 주목받았다. 안 원장은 취임 이후 ‘강연 정치’ 등 정치적 활동에 더 몰두해왔다. 안 원장이 올해 2학기에 대학원생 대상 강의를 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1학기에는 ‘기업가적 사고방식’이라는 과목을 강의했다. 안 원장은 “대학원장은 원래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12월 대통령 선거 출마와 연관된 포석으로 해석될 만하다.

서울대는 지난해 안 원장을 영입하면서 “융합과학이라는 새 학문 분야를 이끌어가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해 간곡하게 부탁해 모셔왔다”고 자랑했다. 더구나 서울대는 법인화를 통해 대학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며 올해 초 국립대학법인으로 재탄생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총장부터 대학원장 교수 등 모든 서울대 구성원이 밤낮으로 치열하게 연구하고 교육에 매진해야 한다.

하지만 안 원장은 그동안 전국을 돌며 사실상 정치 활동을 해왔다. 서울대와 경기도가 국내 최초의 융합기술연구소로 설립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 원장을 겸직하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들로부터 “안 원장이 정치에 개입하면 예산 지원을 못하겠다”는 지적을 받고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융기원장에서는 물러났다. 융기원과 시너지 효과를 바랐던 융대원으로서는 안 원장의 정치 행보 때문에 피해를 본 셈이다. 예산과 체제 양 측면에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서울대 산하 대학원의 수장(首長)이 주로 정치를 하며 본업에서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은 당당치 못한 태도다. 안 원장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거취를 분명히 해야 옳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도 구경만 할 일이 아니다.
#사설#안철수#서울대#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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