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 TALK’]<3>이민자의 호적초본

김병희 교수 제공

성 김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에 부임했다거나,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로 공식 선출되었다거나 하는 뉴스는 실로 경이롭다. 100년을 넘긴 한국 이민사의 초창기 모습을 광고가 증언한다면 어떠할까. 하와이 이민자 모집 포스터 광고(1903년 8월 6일)는 초기 하와이 이민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1900년대 초반 우리나라 여러 항구에 붙었을 하와이 이민 모집 포스터는 ‘고시(告示)’라는 헤드라인에 “대미국 하와이 정부의 명령을 밧다 여좌히 공포함”이라는 서브 헤드라인을 쓰고 있다. 이민에 필요한 일곱 가지 항목을 보디카피로 제시했는데, 한번쯤 이민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보디카피 전문을 현대어로 고쳐 옮기면 다음과 같다. “△하와이 군도로 누구든지 일신이나 혹 권속(일가족)을 데리고 와서 주접(住接·한때 머물러 삶)하고자 하여 간절히 원하는 자에게 편리하게 주선함을 공급하노라 △학교 설립법이 관대하여 모든 섬에 다 학교가 있어 영문을 가르치며 학비를 받지 아니함 (중략) △월급은 미국 금전으로 매삭(每朔·매 10일) 15원(일본 금화 30원, 대한 돈으로 57원가량)씩이요 일하는 시간은 매일 10시간 동안이요 일요일에는 휴식함 △대한제국에 이 공시를 공포하는 권(權)을 주는 사(事) 호놀룰루 △대미국 영지 하와이 이민감독 겸 광고대리 사무관 벤슨 고백”

핵심만 요약하면, 신체 건강하고 품행이 단정하면 일자리 얻기가 쉽고, 급여는 열흘에 15달러(일화 30원, 한화 57원)라는 것. 하루 10시간 노동에 일당 1.5달러이니 계산해 보면 시급 15센트인 셈이다. 1903년 당시 노동자의 일당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고달픈 생활을 벗어날 기회였지만, 이민 1세대 입장에서는 돌아올 기약 없는 타국 생활에 선뜻 나서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광복을 맞은 직후 우리나라에 진주한 미군 가운데는 하와이 이민자의 2세도 있었다. 따라서 이 광고는 미국 이민자들의 정신적 호적초본이나 마찬가지다. 이민 1세대의 희생이 엿보이는 이 광고가 있었기에 지금 재미교포 2, 3세들도 미국 사회에서 나름대로 건재하지 않겠는가. 하와이 농장에서 땀 흘렸을 이민 1세대의 모습이 선연하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