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다. 금연하면 회사에서 격려금을 준다거나 흡연자는 승진에서 탈락시킨다거나 하는 소식은 흡연자들의 마음을 더더욱 옥죈다. 그렇지만 제물포지권련급연초회사(濟物浦紙卷煙及煉草會社)의 광고(대한매일신보 1905년 12월 28일)에서는 담배가 건강에 좋다고까지 하고 있으니, 애연가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개화기로 돌아가야 할까? 지권련(紙卷烟)이란 지금처럼 종이로 만 담배인데 당시에는 지위의 상징으로 통할 만큼 고급품이었다. 서민들이 봉지담배를 피웠다면 지권련은 부자들이 애용했다.
광고에 등장하는 담배 브랜드를 오른쪽부터 소개하면 거미표(Spider), 태극표(Key), 원시경(Telescope·遠視鏡·멀리 보는 망원경)표다.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그려낸 담배 이름 밑에는 미국 버지니아 생산품이라는 설명을 영어로 덧붙였다. 카피는 다음과 같다. “이상 3종은 상품으로 제조하야 위생상에 지극 유익하오니 무론(毋論·물론) 모인(某人·누구나)하고 본사에 내방(來訪)하압.” 지금 기준에서 볼 때는 광고 사후 심의에서 당연히 게재 금지 판정을 받을 내용이다. 요즘의 담뱃갑 경고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담배를 지극히 유익한 것으로 묘사했으니 말이다.
이 시기의 담배 광고에서는 발음하기도 어려운 영어 브랜드 이름을 짓고 한글로 설명하는 스타일이 유행했다. 1905년 당시 영어를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었으랴만 알거나 모르거나 상관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오루도 히이로(Old Hero), 호옴(Home), 하아로(Hallo), 바진(Virgin), 호니(Honey), 꼬루도후잇슈(Goldfish), 리리이(Lily) 같은 담배 브랜드의 이름을 보라. 기발하게도 뷰티(Beauty) 담배를 관기(관청의 기생)로 번역하기도 했다. 영어 브랜드 이름은 이국적인 느낌만 주는 그 무엇이었다. 아무 뜻도 없이 뭔가 이국적인 이미지를 위해 붙여진 담배 브랜드 이름에서, 맹목적으로 외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우리네 소비 성향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이제는 백해무익하다는 오명을 얻게 된 담배 광고에서 애착의 대상은 언제든 변한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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