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만간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은 모두 장거리 미사일 발사 1, 2개월 후에 실시됐다. 과거의 예를 비춰 볼 때 3차 핵실험이 이달에 실시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인공위성 발사 실패로 실추된 위신 회복도 핵실험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반발하면서도 지난달 17일 북한 외무성 성명에서 이전부터 주장해온 “자위적 핵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뺐다. 사태 악화를 우려하는 중국은 추가적인 대북 경제제재에 동의하면서 동시에 김정은의 방중과 경제 원조를 수단으로 북한의 핵실험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을 피하기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안보리에 의한 추가제재나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핵실험을 단념한다면 이제 막 출범한 김정은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마침내 “우리들은 자위적 핵 억지력에 기반해… 강성대국의 건설을 추진한다”는 예의 주장을 발표했다.
이번 핵실험이 만약 플루토늄형 핵무기를 위한 실험이라면 관련 시설 노후화와 무능화로 플루토늄의 추출에 실패해 오히려 플루토늄 비축량만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실험이 우라늄 농축형 핵무기 실험이라면 사태는 상당히 심각해진다. 이는 최신 우라늄 농축시설로 북한의 핵무기가 착실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방치했다가는 이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핵무기 확산을 불러올 수 있다.
주지하듯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본방침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직접대화를 거부하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다. 대미 교섭을 요구하는 북한을 매우 불편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북한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연평도 포격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군사도발을 반복해왔다.
북한은 2월 북-미합의를 통해 우라늄 농축이야말로 미국의 전략적 인내에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라는 것을 확인했다. 우라늄 농축을 일시 정지한다는 약속만으로 미국은 식량지원에 응했고 6자회담을 재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유혹’이라는 방법이 실패해도 ‘위협’이란 방법은 남아 있다. 그것이 바로 우라늄 농축형 핵무기 실험이다.
물론 핵실험이 실시된다고 해서 동요할 필요는 없다. 안보리 결의를 통해 추가적인 경제제재를 신속히 실시하고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 대화를 거부하는 것. 군사도발에 대해서는 응당하고 적절한 기동적 대응을 하는 것. 그 다음 옛 소련을 상대로 실행했던 ‘봉쇄’ 정책과 마찬가지로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의 체제변화를 기다리는 것. 이 모든 것이 전략적 인내의 본질이다.
빌 클린턴 정권의 유화정책이나 조지 W 부시 정권의 협박정책에 견줘볼 때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온당하고 적절하다. 부시 정권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비난했다가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는 등 오락가락한 것에 비하면 전략적 인내는 일관성을 가진 외교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북한의 군사도발을 멈출 수 있을까.
북한이 변화하고 한국과의 평화공존을 받아들이기까지 앞으로 10년 이상 인내의 세월이 필요할지 모른다. 만약 그 사이에 우라늄 농축형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이 완성되면 북한과의 관계는 일변할 수 있다. 전략적 인내를 발휘하면서도 새로운 사태를 우려하는 중국과 함께 북한의 체제변화를 앞당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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