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도발적 행동과 호전적 언사를 계속하고 있다. 4월 13일 위성 발사를 빙자하여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이틀 후에는 대형 미사일을 공개했다. 4월 23일에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 식의 방법’에 의한 군사적 공격을 협박했다. 제3차 핵실험을 단행할지 모른다는 여러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국제사회는 그 같은 도발을 억지(抑止)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래 정부는 도발의 원점을 타격하는 적극적 억지전략을 공언해왔다. 국제사회의 의지를 대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고 제재를 강화했다. 최근 열린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일본도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미 온갖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다. 그중 가장 무거운 안보리 결의 제1874호는 로켓 발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로켓 발사를 단행했다. 곧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 가능성만으론 북한의 도발을 억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군사적 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징의 위협, 즉 군사적 억지가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군사적 억지가 성공하려면 북한이 그 응징이 실제로 이루어져 대규모 피해를 볼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그렇게 믿게 만들기 위한 1차적 조건은 물론 군사적 능력이다. 능력 없는 위협은 허풍에 불과하다. 2차적 조건은 담력이다. 응징이 현실화될 경우 이쪽도 피해를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피해가 두려워 망설이면 적은 억지되지 않는다.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은 모든 전략의 핵심이다. 군사-외교력 겸비한 전략 필요
그런데 억지가 성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능력과 담력에 대한 상대의 평가다. 이쪽이 아무리 막강한 능력과 담대한 배짱이 있더라도 상대가 모르면 소용이 없다. 능력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쉽다. 4월 19일 정부는 신형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또 한미 연합전력의 능력을 의심할 이는 별로 없다.
문제는 담력이다. 담력이란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가 믿게 만들기도 매우 어렵다. 그래서 보복과 확전을 선택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만들어 아예 담력이라는 요소를 제거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말하자면 자동차를 몰고 마주 달리는 배짱싸움, 즉 ‘치킨게임’에서 핸들과 브레이크를 제거해버리는 것과 같다. 연평도 포격 이후 정부가 택한 적극적 억지전략에서 ‘선 조치 후 보고’를 택한 것이 그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안보 문제는 다양한 상황에서 복잡하게 개입될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정치적 결정이 개재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상대가 전적으로 믿을지도 확실치 않다. 결국 담력의 문제는 쉽게 제거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본질적인 문제이자 모든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군사적 보복과 대응이 여전히 선택의 문제이되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상황을 이끌고 가는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는 다른 모든 대안을 소진(消盡)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 선택권이 내게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 같은 사실을 상대가 충분히 알게 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사력과 외교력을 겸비하는 전략, 즉 스마트파워 전략을 써야 한다. 작게는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이 정전 상태에 있는 양 당사국 사이의 교전이 아니라 사실상 평화 상태에 있는 두 나라 사이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도발을 한 경우라는 사실을 외교적으로 성립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북한이 추가로 도발할 경우 우리의 응전이 정당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크게는 북한의 도발이 단순히 한반도 차원의 국지적인 분쟁이 아니라 세계평화에 대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실로 세계화 정보화에 따라 세계가 진정 하나가 되었다. 따라서 세계평화란 나눌 수 없는 하나라는 것이 현실적 인식적 사실이다. 그런 세계에서 군사적 도발은 유엔헌장에서 규정한 ‘평화의 파괴’요, ‘침략행위’로 간주되기에 충분하다. 응징의 정당성 만천하에 알려야
그렇다면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응징은 소극적으로는 우리 자위권의 정당한 행사요, 적극적으로는 세계평화를 위한 기여이자 의무다. 그에 대한 응징을 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정당한 자위권도 행사하지 못하는 못난 국가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도 못하는 이류국가가 되고 만다.
이럴 때 우리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얻을 것이 많지만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잃을 것이 많게 된다. 따라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우세한 전략과 국제적 명분을 가지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 확실하다면 북한은 감히 도발하지 못한다. 이것이 스마트파워 전략에 따른 스마트한 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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