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의 심기를 살피며 과잉 충성하는 측근들을 경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 대선후보 ‘추대론’에 이어 “지지율 1, 2% 되는 분들이 나와서 경선이 희화화하고 있다. 제거할 사람은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이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민심과 멀어질 우려가 크다. ‘박근혜 키즈’로 불리는 이준석 비대위원은 페이스북에 관우가 적장(敵將)의 목을 벤 삼국지 패러디 만화를 올렸는데 적장의 얼굴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의 사진이 오버랩된 것이었다. 이 위원이 사과했지만 참으로 경솔한 행위다. 귀를 간질이는 아첨꾼이나 전후좌우 둘러보지 않고 돌진하는 ‘돌쇠’들이 박 위원장에게 호감(好感)일지 몰라도 국민에겐 비(非)호감이다.
4·11총선 승리 이후 박 위원장의 당내 위상은 공고해졌다. 박 위원장이 친박(親朴) 중진들의 권력투쟁을 비판하자 그들은 박 위원장의 눈 밖에 날까 봐 바짝 몸을 낮췄다. 지난 총선 공천 때부터 일부 친박 실세들끼리 서로 견제하는 신경전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박 위원장과 가까운 일부 원로그룹과 친박 중진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인사가 줄을 잇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오늘 치르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나 새 지도부를 뽑는 5·15전당대회가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도 ‘어떤 결과이건 다 박심(朴心·박 위원장의 뜻)’이라고 세간에서 인식하기 때문이다.
요즘 박 위원장의 위세를 보며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지존(至尊)’ 이회창 전 총재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전 총재가 1997년 대선 때 독주하다가 무너진 것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 맞붙었던 이인제 박찬종 씨를 끌어안지 못한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오만과 독선의 결과였다.
2002년에는 이회창 대세론이 더 견고해 보였다. 그러나 대선 막판에 충청권 표심이 요동치면서 충청권에 영향력이 컸던 김종필(JP) 씨를 끌어안는 일이 쟁점이 됐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 김용환 전 의원 등 충청도 연고자 몇몇이 “JP가 들어오면 내가 나가겠다”고 강경하게 반대했다. 이들은 당의 정권 창출보다 자신들의 충청권 영향력을 먼저 생각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다. 김 전 의원은 지금 박 위원장의 원로그룹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대선은 ‘박근혜 대(對) 박근혜’의 싸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박 위원장이 자기 개혁을 하면 승리할 것이고 자기 개혁을 못하면 질 것이라는 얘기다. 반대세력과 소통하고, 비판을 소화하는 것이 개혁의 요체가 아닐까 싶다.